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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동남아 의류산업 위기 ... "글로벌 패션기업 고통 분담해야"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으로 동남아시아 의류 제조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고 BBC가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패션업계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한 의류공장의 모습. 이 나라에선 약 400만명이 의류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방글라데시에 있는 한 의류공장의 모습. 이 나라에선 약 400만명이 의류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동남아시아 각국의 의류 제조업체들에 위기가 시작된 건 지난 2월이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 상황이 워낙 심각해 의류 제조에 필요한 섬유를 수입할 수가 없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섬유 수출국(2018년 기준)이다.

지난달부터 중국의 섬유 공장들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이번엔 전 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며 발목을 잡았다. 상황이 심각해진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 주민 이동제한령 등이 내려져 상점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또, 모임이 취소되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며 옷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었다.

이런 상황이 동남아 의류 제조업체들에 큰 영향을 끼친 건 당연하다. 신규 계약이 줄줄이 취소되자 문을 닫는 공장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이미 정리해고가 시작된 곳들도 많다.

BBC는 "흔히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 부르지만, 의류 산업에서는 동남아 국가들의 비중이 매우 크다"며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이 지역에 깊숙이 진출해 있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캄보디아·베트남·미얀마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은 "특히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서 의류 제조업은 국가 발전에 아주 중요한 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에는 무려 400만명의 노동자가 의류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해 이 나라 수출 품목의 90% 이상이 의류 관련 제품일 정도다.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 매장의 모습.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의류 산업이 위기를 맞아 동남아 제조업체들이 큰 곤란을 겪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 매장의 모습.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의류 산업이 위기를 맞아 동남아 제조업체들이 큰 곤란을 겪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이들 나라에서 의류 관련 일자리가 4~9%가량 줄어들 것이라 보고 있다. 각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BBC는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일부 패션기업과 유통업체들은 계약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가격을 깎는 등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큰 비난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간 저임금 노동력으로 이득을 취해온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통을 분담하고 이들의 도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H&M과 자라 등을 소유한 세계적인 패션 기업 인디텍스 등은 기존 주문을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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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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