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아시아나는 왜 AA 아닌 OZ?···역사 짧은 항공사 '선착순 비애'

중앙일보

입력 2020.04.10 06:00

업데이트 2020.04.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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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항공기 출발 일정을 알리는 전광판. 항공사가 두자리 영문약자로 표시된다. [중앙포토]

인천공항의 항공기 출발 일정을 알리는 전광판. 항공사가 두자리 영문약자로 표시된다. [중앙포토]

 'KE 081', 'OZ 222', '7C 3105', 'TW 295'.

 국내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노선의 편명입니다. 앞에 영문 또는 숫자+영문으로 되어 있는 두 글자는 각 항공사를 뜻하고, 뒤에 세 글자는 해당 노선을 표시하는 건데요.

항공사 두자리 약자, IATA에서 부여
먼저 신청하는 곳이 우선하는 선착순
대한항공, KAㆍKL 못 쓰고 KE 받아
아시아나, AA 대신 오즈(OZ)의 마법사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앞 두 글자만 보고도 어느 항공사인지 어느 정도 구분이 될 겁니다. 'KE'는 대한항공, 'OZ'는 아시아나항공, '7C'는 제주항공, 'TW'는 티웨이항공입니다.

 이런 형식으로 특정 항공사를 영문 또는 숫자+영문으로 표시한 걸 '2자리 코드(2-Letter Code)'라고 부르는데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부여합니다. 1945년 설립된 IATA는 현재 120개국 290개 항공사가 가입된 국제민간기구로 '항공업계의 유엔'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위가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희 로고. [출처 IATA 홈페이지]

국제항공운송협희 로고. [출처 IATA 홈페이지]

 항공사가 설립되면 대부분 IATA에서 이 코드를 받는데요. 주로 항공권 예약과 비행스케줄 작성 등에 사용됩니다. 비행기 티켓은 물론 공항의 출발·도착 전광판에도 이 IATA 코드가 표시됩니다.

 각 항공사는 IATA 코드를 신청할 때 가급적 영문명에 가깝게, 승객들이 쉽게 해당 항공사를 구분하고 기억할 수 있는 약자를 받으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한항공은 영문명이 'KOREAN AIRLINES'인데 왜 KE가 됐을까요. 영문명에 충실하자면 'KA'나 'KL'이 더 나을 텐데요.

 그 이유는 KA는 홍콩의 드래곤에어가 이미 사용 중이고, KL은 네덜란드 KLM 항공이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IATA 코드는 먼저 보고 먼저 신청하는 항공사가 우선권을 갖는 선착순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애초 신청한 코드를 사용하기 어려울 땐 항공사와 IATA가 협의해 결정합니다.

대한항공은 2자리 코드로 'KE'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2자리 코드로 'KE'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대한항공]

 그래서 오래된 항공사들이 항공사 영문명과 거의 일치하는 IATA 코드를 갖고 있는데요, 1930년 설립된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이 'AA', 에어프랑스(AIR FRANCE)가 'AF', 미국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이 'UA'를 쓰고 있는 게 그런 예입니다.

 반면 세계적 규모의 저비용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은 영문명과는 얼핏 무관해 보이는 'WN'을 사용 중입니다. 대한항공은 차선책으로 KE로 코드를 받은 뒤 'E'에 뛰어남·우수함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EXCELLENCE'라는 의미를 부여해 광고 등에 활용 중입니다.

 1988년 설립된 아시아나항공(ASIANA AIRLINES)이 OZ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애초 AA를 원했지만, 아메리칸항공이 이미 사용 중이었습니다. 또 다른 대안인 AS는 미국 알래스카항공이, AL은 몰타항공이 차지하고 있었고요.

 고심하던 아시아나항공은 마침 호주의 한 항공사가 반납한 OZ 코드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AA나 AS는 물 건너 갔으니 차라리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하는 OZ를 사용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했다는 건데요.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당시 신생 항공사로서 신비감을 줄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IATA 코드는 해당 항공사가 폐업할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항공사에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영문만으로 쓰기가 마땅치 않을 경우 제주항공이 7C를 쓰듯이 숫자와 영문을 조합한 2자리 코드를 쓰기도 하는데요. 국제적으로도 주로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이런 방식을 많이 쓰는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신비감을 준다는 취지로 'OZ'를 채택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신비감을 준다는 취지로 'OZ'를 채택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국내 항공사 중에서 영문명에 가장 가까운 코드를 확보한 곳은 단연 티웨이항공(TWAY AIRLINES)입니다. 영문명의 앞 두 자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TW'를 받은 건데요.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IATA 코드는 선착순인데 다행히 TW를 쓰고 있는 항공사가 없어서 확보가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항공사가 설립되면 받는 코드는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UN 산하 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부여하는 '3자리 코드(3-Letter Code)'입니다. 신생 항공사가 대거 설립되면서 IATA 코드가 일부지만 중복되는 등 복잡해지자 대안으로 80년대 중반에 도입됐다고 하는데요. 이 코드는 주로 항공기 운항이나 관제에 활용됩니다.

 티웨이항공은 영문명에 가장 가까운 'TW'를 사용 중이다. [사진 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은 영문명에 가장 가까운 'TW'를 사용 중이다. [사진 티웨이항공]

 IATA 코드에 비해 늦게 도입된 만큼 항공사들이 원하는 영문명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데요. 대한항공은 익히 알려진 'KAL', 아시아나항공은 'AAR', 제주항공은 'JJA'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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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면 2자리 코드가 훨씬 많이 쓰입니다.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 안내도 2자리 코드로 하고, 항공권 역시 IATA 코드가 찍힙니다. 따라서 승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용할 2자리 코드만 제대로 살펴도 잘못된 탑승구를 찾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특히 환승객은 시간만 신경 쓰다 정작 중요한 항공사를 혼동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때도 항공사 코드에 주목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듯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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