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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거나 인천공항 가라···밤11시 김포공항 '통금 사이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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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은 심야시간에 도착하는 항공기는 착륙할 수 없다. [블로그 그림그리며 사진찍는 여자일상 캡처]

김포공항은 심야시간에 도착하는 항공기는 착륙할 수 없다. [블로그 그림그리며 사진찍는 여자일상 캡처]

 지난달 11일 제주공항을 떠나 김포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여객기는 예정시간(오후 9시 10분)보다 1시간 이상 늦은 오후 10시 30분께 이륙했습니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앞선 비행기들의 출·도착이 늦어지면서 항공기 연결이 많이 지연됐기 때문인데요. 당초 예정대로 이륙했다면 김포공항에는 오후 10시 안팎에 도착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출발이 지연된 탓에 도착 가능시간이 오후 11시를 훌쩍 넘기게 됐는데요. 이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결국 인근 인천공항에 착륙해야만 했습니다.

 김포공항, 오후 11시~오전 6시 운항 금지 

 이유는 바로 김포공항에서 1988년부터 운영 중인 '커퓨타임(Curfew Time)', 즉 야간 운항제한 때문입니다. 김포공항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원칙적으로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돼 있는데요.

 물론 긴급 착륙이 필요하거나, 태풍 등 나쁜 기상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 심각하게 지연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커퓨타임을 한시적으로 해제하기도 합니다.

김포공항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돼 있다. [중앙포토]

김포공항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돼 있다. [중앙포토]

 당시 해당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 31분이었습니다. 김포공항의 커퓨타임에 걸린건데요. 김포공항의 야간 운항제한 때문에 착륙을 못하게 된 항공기는 인근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대체공항, 즉 인천공항에 내리게 되어 있습니다.

 김포·김해·대구·광주공항 '커퓨타임' 운영

 이러한 커퓨타임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공항은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광주공항, 대구공항 등 4곳입니다.

 김해공항의 운항 제한시간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이고, 대구공항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입니다. 광주공항은 오후 10시~오전 7시입니다.

 국토교통부 공항안전환경과의 남기한 사무관은 "다른 공항들은 항공편이 많지 않아 야간 운영이 불필요하거나, 운영인력이 적어서 공항 자체적으로 운영시간을 제한하는 경우여서 공식적인 커퓨타임은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1984년 도입된 김해공항의 커퓨타임은 현재 오후 11시~오전 6시까지다. [사진 부산시]

1984년 도입된 김해공항의 커퓨타임은 현재 오후 11시~오전 6시까지다. [사진 부산시]

커퓨타임을 정해서 운영하는 이유는 공항 주변 주민들이 겪는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가뜩이나 항공기 이·착륙으로 인한 소음이 심한 데다 심야 시간까지 비행기가 뜨고 내릴 경우 주민 생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인데요.

 공항 주변 소음피해 줄이려 커퓨 도입  

 실제로 공항 인근 주민들은 공항의 운항편 수가 늘어나는 움직임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김포공항이 국제선을 늘리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주민들의 반발 때문입니다.

 또 공항 활성화나 수용 능력 증대를 위해 커퓨타임을 줄이고 싶은 지자체·공항 측과 이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시민단체 간의 마찰이 종종 빚어지기도 합니다.

 이 같은 취지로 운영하는 커퓨타임이지만 이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바로 커퓨시간에 걸려 목적지 공항이 아닌 다른 공항에 내려야 하는 승객들입니다.

커퓨에 걸린 항공기들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인천공항에 착륙해야 한다. [연합뉴스]

커퓨에 걸린 항공기들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인천공항에 착륙해야 한다. [연합뉴스]

한국공항공사가 국회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공항별 커퓨타임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커퓨로 인한 항공기 회항은 모두 283대였는데요. 승객은 총 4만 7500여명이었고, 회항한 공항은 모두 인천공항입니다.

 커퓨 회항, 최근 6년간 4만 8천명  

 커퓨로 인한 회항은 대부분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들이었습니다. 제주공항이 워낙 붐비는 데다 태풍 등 악기상의 영향도 종종 받아 항공기 연결이 순조롭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에, 그것도 늦은 시간에 내린 승객들로서는 난감할 텐데요. 서울 등 최종 목적지까지 거리가 더 멀어진 데다 대중교통 편도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항공사들은 커퓨 회항이 발생하면 승객들에게 긴급수배한 전세버스를 교통편으로 제공한다. [중앙포토]

항공사들은 커퓨 회항이 발생하면 승객들에게 긴급수배한 전세버스를 교통편으로 제공한다. [중앙포토]

 그래서 국내 항공사 대부분은 김포공항 대신 인천공항으로 항공기가 회항하는 경우 전세 버스를 급히 수배해 승객에게 제공하는데요. 항공사마다 운행하는 구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김포공항은 물론 서울 주요 지점과 경기도 주요 지역까지 승객을 운송하기도 합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통상 기상악화 등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의 경우 항공사가 승객에게 별도의 보상을 하지 않지만, 커퓨 회항은 기상 악화 때문이라도 전세 버스 등 교통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버스 편 제공만으로 승객 불편을 다 해소하기는 어렵지만, 아쉬운 대로 긴급 처방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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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공항의 커퓨타임 운영에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부분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또 당장 불편을 해소할 뾰족한 방법도 없어 보이는데요. 다만 커퓨타임이 생긴 이유 등을 살펴보면 조금이나마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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