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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3805개 합격해야 비행기 띄운다···90일짜리 '죽음의 관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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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C를 받기 위한 비상착수와 탈출 시범 장면. [뉴시스]

AOC를 받기 위한 비상착수와 탈출 시범 장면. [뉴시스]

 지난해 3월 신생 저비용항공사(LCC) 3곳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양양공항을 근거지로 한 플라이강원이 지난해 11월 가장 먼저 영업을 시작했는데요. 양양~제주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면 다른 두 곳,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왜 운항을 안 하고 있을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운항증명, 즉 AOC(Air Operator Certificate)를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AOC는 사업면허를 받은 항공사가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직과 인력, 시설 및 장비, 운항·정비 관리와 종사자 훈련프로그램 등 안전운항체계를 제대로 갖추었는지 종합검사하는 제도인데요. 쉽게 말하면 해당 항공사가 제대로 비행기를 띄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평가하는 겁니다.

 실제 운항 위한 마지막 관문, AOC 

 사업면허를 따는 과정도 쉽지는 않지만, AOC를 통과하는 건 그야말로 어렵다는 게 항공업계의 일반적인 평입니다. 실제 운항에 나서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나 마찬가지인데요.

 AOC의 검사항목이 85개 분야에 무려 3805개인 것만 봐도 얼마나 폭넓고 까다로운 검사일지 짐작이 갑니다. 우선 운항증명을 받기 위한 절차는 크게 5단계로 나뉘는데요. 신청서 접수→예비평가→서류검사→현장검사→운항증명서 교부의 순서입니다.

 신청서를 접수해서 운항증명 교부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정해진 법정 기한은 90일입니다. 서류검사에 2개월, 현장검사에 1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건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항공사의 준비 부족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대체로 6개월 정도 걸린다"는 게 국토부 설명입니다. 플라이강원의 AOC 발급에도 6개월가량 소요됐습니다.

  85개 분야, 총 3805개 검사항목 

 그런데 신청서 접수 전에 눈에 띄는 절차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사전협의인데요. AOC를 신청하려는 항공사 관계자가 국토교통부 담당자들과 미리 만나서 인가받고자 하는 사안에 대한 예비지도와 운항증명절차에 관한 설명을 듣는 겁니다. 이때 AOC 신청 때 첨부해야 할 서류 목록과 내용 등에 대한 안내도 이뤄진다고 하는데요. 이 과정도 한달가량 걸립니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3월 사업면허를 받은 3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AOC를 땄다. [연합뉴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3월 사업면허를 받은 3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AOC를 땄다. [연합뉴스]

 이후 관련 서류를 준비해 AOC를 신청하게 되면 국토부가 구성한 검사팀에서 예비평가를 하게 됩니다. 검사팀은 담당 간부와 항공안전감독관, 운항자격심사관, 항공보안 점검관 등 10여명으로 구성되는데요. 플라이강원 심사 때는 모두 12명이 참여했습니다.

 참고로 AOC 신청 때 첨부해야 하는 서류는 ▶항공운송사업면허 등 사본 ▶각종 사업계획의 추진일정 ▶조직·인력의 구성과 업무 분장 및 책임 ▶주요 임원의 이력서 ▶항공법규 준수의 이행 서류와 이를 증명하는 서류 ▶항공기 또는 운항·정비와 관련된 시설과 장비 등의 구매·계약 또는 임차서류 등입니다.

 또 ▶종사자 훈련 교과목 운영계획 ▶운항·정비 규정 ▶승객 브리핑 카드 ▶급유·재급유·배유절차 ▶비상구열 좌석 배정절차 ▶약물 및 주정음료 통제절차 ▶비상탈출 시현 계획 ▶환경영향평가서 ▶정비규정 등의 서류도 준비해야 합니다.

 5단계 거치는데 평균 6개월 걸려   

 대략 목록을 언급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훨씬 더 복잡한데요. 예를 들어 운항·정비 규정만 해도 운항일반 교범, 항공기운영 교범, 최소장비 목록 및 외형변경목록, 훈련 교범, 항공기 성능 교범, 노선지침서, 비상탈출절차 교범, 위험물 교범, 사고절차 교범, 보안업무 교범, 항공기 탑재 및 처리 교범, 객실승무원 업무 교범 등 14가지 세부 항목으로 나뉩니다.

 이런 서류를 다 준비해서 제출하면 박스 여러 개 분량이 될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검사팀에서는 혹시 누락된 자료는 없는지, 신청서 작성은 제대로 됐는지를 살펴보는 예비평가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요. 비교적 가벼운 결함이면 바로 보완을 요구하지만, 중대한 문제가 있을 때는 신청반려사유를 적어서 되돌려 보낸다고 합니다.

현장검사에서는 난기류 등 악기상을 가정해 조종사의 대처 능력도 평가한다. [연합뉴스]

현장검사에서는 난기류 등 악기상을 가정해 조종사의 대처 능력도 평가한다. [연합뉴스]

 예비평가에서 별 이상이 없으면 본격적인 서류 검사가 시작됩니다. 이 절차를 통과하게 되면 현장 검사가 진행되는데요. 통상 분리해서 하지만 서류검사와 현장검사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답니다.

 현장검사에서는 AOC를 신청한 항공사가 실제로 운항할 비행기를 가지고 50시간 이상 시범비행을 하게 되는데요. 기상악화와 항공기 고장 등 비정상적인 상황을 설정해 조종사의 대처능력을 확인합니다.

 악기상, 비상착수 등 깐깐한 현장검사 

 또 비상시 물에 착륙해서 승객을 탈출시키는 능력을 평가하고, 예비 부품의 확보상태와 취항 예정공항의 운항 준비 상태 등도 점검하는데요. 한 항공사 관계자는 "현장검사에서 검사팀이 워낙 꼼꼼하게 지적하고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비상문 개방 훈련 장면. [연합뉴스]

비상문 개방 훈련 장면. [연합뉴스]

 하지만 해당 항공사가 승객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송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절차인 만큼 검사팀으로서는 세세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이 과정을 거쳐서 합격점을 받게 되면 드디어 국토부 장관 또는 지방항공청장 명의의 운항증명서가 교부됩니다. 이 증명서를 받은 항공사는 국토부로부터 운항노선 허가와 운수권을 받아서 실제 운항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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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증명서 서식. [자료 국토교통부]

운항증명서 서식. [자료 국토교통부]

 현재 청주공항을 근거지로 하는 에어로케이가 지난해 10월부터 AOC 절차를 밟고 있고,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AOC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이들 항공사에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겠지만 무사히 통과해 차질없이 운항에 나서길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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