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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A380 기름 채우는데만 1시간...인천공항 지하엔 60㎞ 송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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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주기장에서 급유차를 이용해 항공기에 기름을 넣고 있다. [강갑생 기자]

인천공항 주기장에서 급유차를 이용해 항공기에 기름을 넣고 있다. [강갑생 기자]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해 승객이 내리고, 또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탑승하는 사이 주기장 주변은 무척이나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수하물을 내리고 싣고, 고장 여부도 확인하는 등 많은 일이 진행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급유입니다. 도착지까지 오는 동안 기름을 거의 다 썼기 때문에 다시 목적지까지 비행하려면 반드시 항공유를 채워야 하는데요.

 항공기에 필요한 양만큼 기름을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종과 목적지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우선 가장 작은 규모인 B737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일본을 갈 때는 7900ℓ가량을 채우는데요. 실제로 항공유를 넣기 시작해 급유가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15분가량이라고 합니다.

 A380, 미주행 기름값만 2억 2000만원  

 반면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여객기인 A380은 크기만큼이나 들어가는 기름양도 상당합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미주를 갈 때 넣는 기름은 20만ℓ가 넘습니다. 일반 승용차로 따지면 2000~3000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분량입니다.

비행기 기종과 노선별 급유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행기 기종과 노선별 급유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주유 등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최상호 파트장은 "무게로 따지면 160톤에 달하고, 미국 뉴욕 행의 경우 기름값만 2억 2000만원가량 된다"고 소개합니다. A380의 날개 등에 있는 연료탱크를 모두 채우면 32만ℓ가량인 걸 고려하면 미주노선에선 3분의 2 정도를 채워서 가는 셈입니다.

 워낙 많은 양이다 보니 급유차도 2대를 동원해서 양쪽에서 기름을 넣습니다. 그런데도 주유에 걸리는 시간만 1시간이라고 하는데요. 만약 급유차 1대만 사용하면 1시간 30~40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보잉사에서 만드는 여객기 중 최대인 B747은 미주행의 경우 13만ℓ가량을 주유합니다.

A380(오른쪽)은 미주행의 경우 기름을 넣는데만 1시간 가량이 걸린다. [중앙포토]

A380(오른쪽)은 미주행의 경우 기름을 넣는데만 1시간 가량이 걸린다. [중앙포토]

 이처럼 거대한 비행기들이 쉴새 없이 드나드는 대형공항들은 상당량의 항공유를 저장하고, 급유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게 필수인데요. 세계적인 수준으로 꼽히는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공항, 비상시 7일 버틸 기름 저장  

 우선 인천공항 주변에는 1기당 1580만ℓ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 탱크 12기를 보유한 항공유 저장기지가 있습니다. 모두 합하면 1억 9000만ℓ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인데요.

인천공항 주변에 위치한 항공유 저장기지. [강갑생 기자]

인천공항 주변에 위치한 항공유 저장기지. [강갑생 기자]

 2001년 개항 이후 초기에는 하루에 탱크 1기 정도의 기름을 썼지만, 요즘은 운항편수가 늘어나 하루 평균 탱크 1.5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평소 바다 건너 인천에 있는 정유사의 저장기지에서 해저송유관을 통해서 기름을 공급받고 있는데요.

 구윤호 인천공항공사 플랜트시설팀장은 "만약 여러 비상 상황으로 인해 정유사에서 기름 공급이 중단될 경우 인천공항은 자체 저장량으로 일주일가량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그사이에 별도로 비상 대책도 준비된다고 합니다.

 그럼 이렇게 저장해놓은 기름은 어떻게 비행기까지 전달될까요. 흔히 기름을 가득 실은 탱크로리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인천공항 주기장에선 이 탱크로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비행기에 기름을 넣는 급유차는 대당 3억원이 넘는다. [강갑생 기자]

비행기에 기름을 넣는 급유차는 대당 3억원이 넘는다. [강갑생 기자]

 항공유 저장기지에서 시작해 인천공항 주기장 곳곳에 뻗어있는 지하 송유관 덕분입니다. 길이만 무려 60㎞에 달하며 지하 2~2.5m 깊이로 깔려 있다고 하는데요.

 인천공항 지하엔 송유관만 60㎞

 이 송유관은 비행기가 승객을 내리고 태우는 각 주기장에 설치된 2개씩의 급유 밸브와 연결됩니다. 호스와 각종 주유 장비를 구비한 급유 차량은 이 밸브에 호스를 연결해 비행기에 기름을 넣으면 되는데요. 독일 등에서 수입하는 급유 차량은 대당 가격이 3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국내에선 인천공항만 급유시설이 모두 지하화되어 있고, 김포공항 등 다른 공항은 이런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탱크로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급유차의 호스를 주기장에 있는 급유밸브와 연결해 놓은 모습. [강갑생 기자]

급유차의 호스를 주기장에 있는 급유밸브와 연결해 놓은 모습. [강갑생 기자]

 통상 작은 비행기는 급유 밸브 1개만을 사용하지만, 대형 여객기는 급유 밸브 2개를 모두 써서 기름을 넣는다고 하는데요. 기름을 넣기 전 급유 작업자가 맨 먼저 하는 일은 비행기와 급유 차량 간에 접지선을 연결하는 겁니다.

 홍대영 아시아나에어포트 과장은 "급유 과정에서 정전기가 발생하면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접지선을 맨 먼저 연결한다"고 말합니다.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급유차와 비행기 사이에 접지선(가운데 선)을 맨먼저 연결한다. [강갑생 기자]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급유차와 비행기 사이에 접지선(가운데 선)을 맨먼저 연결한다. [강갑생 기자]

 참고로 1990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다이하드 2'에선 후반부에 비행기에서 기름이 흘러나오게 한 뒤 여기에 주인공(브루스 윌리스)이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불길이 맹렬한 기세로 비행기를 쫓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영화 다이하드 2의 장면. 항공유에 붙은 불이 비행기를 쫓아가고 있다. [영화 장면 캡처]

영화 다이하드 2의 장면. 항공유에 붙은 불이 비행기를 쫓아가고 있다. [영화 장면 캡처]

 다이하드 2 장면 "영화에서나 가능"

 항공유 전문가들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김유식 아시아나에어포트 팀장은 "등유를 주로 사용하는 항공유는 특성상 발화점이 높기 때문에 불을 일부러 갖다 대도 잘 안 붙는다"고 설명합니다.

 또 김 팀장은 "세스나처럼 소형 비행기에 사용하는 '항공가솔린'은 상대적으로 불이 잘 붙는다"며 "영화에서도 해당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이 기름을 쓴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비행기에 기름을 넣는 과정도 그리 간단치 않은데요. 일반 주유소에서는 주유 호스를 차량의 주유구에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지만 항공유 급유에는 절차들이 더 있습니다.

주유 작업자가 날개 밑 급유 계기판에 주유량을 입력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주유 작업자가 날개 밑 급유 계기판에 주유량을 입력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주유 작업자는 급유차뿐 아니라 비행기 날개 밑에 있는 주유 계기판을 직접 조작해 해당 연료 탱크별로 들어갈 기름양을 정확하게 입력합니다. 그리고 초기에 일정량의 기름이 들어가면 특수 시약을 사용해 기름에 수분이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는데요.

항공기 날개 밑 주유구에 급유 호스가 연결돼 있다. [강갑생 기자]

항공기 날개 밑 주유구에 급유 호스가 연결돼 있다. [강갑생 기자]

 항공유에 수분이 있으면 역시 화재 위험 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시약이 녹색으로 변하면 수분이 있다는 의미로 주유를 중단해야 하는데요. 주유 작업자는 이상 유무를 비행기 정비사에게 확인시킨 뒤 급유작업을 계속하게 됩니다.

 B747, 기름 중량이 전체 무게의 절반  

 인천공항에서 항공유를 공급받는 비행기는 하루평균 550편가량으로 모두 출발 편입니다. 인천공항에서는 동시에 36대의 비행기에 기름을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넣은 항공유를 피치 못하게 공중에서 버려야 하는 경우도 간혹 생기는데요. 응급환자가 발생했거나 기체에 이상이 있어 비상착륙을 해야 할 때입니다.

B747 항공기는 최대 이륙 중량의 절반 가까이가 기름 무게다. [뉴시스]

B747 항공기는 최대 이륙 중량의 절반 가까이가 기름 무게다. [뉴시스]

 대형 항공기일수록 이륙 때 전체 무게에서 기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이를 줄이지 않으면 착륙할 때 기체에 주는 부담이 너무 커 사고가 생길 수 있어서인데요.

 예를 들어 B747의 최대 이륙 중량은 420톤가량인데 이 가운데 비행기 동체(120톤)와 승객·화물(100~110톤) 무게를 뺀 나머지가 모두 기름 무게입니다. 항공유는 공중에서 뿌릴 경우 기화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게 아시아나에어포트 측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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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하고 편리한 비행을 위한 지상 작업, 그중에서도 급유를 둘러싼 다양한 과정과 첨단 설비들이 새삼 인상적으로 느껴집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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