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일반철도는 자갈 까는데, 고속철도엔 콘크리트 치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2020.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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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 도상. [중앙포토]

자갈 도상. [중앙포토]

 서울역이나 용산역의 플랫폼에서 열차가 다니는 '선로(線路·Railroad)'를 내려다보면 레일과 침목 사이에 자갈이 채워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서울 지하철 등 도시철도에서는 레일과 침목 사이가 자갈 대신 콘크리트로 메워져 있는데요.

 이렇게 레일과 침목 사이가 자갈로 채워져 있는 걸 '자갈 도상(道床)',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건 '콘크리트 도상'이라고 부릅니다. 외양도 다르지만, 그 기능에서도 차이가 제법 크다고 하는데요.

 하중 분산하고 궤도 잡아주는 '도상' 

 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선로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선로의 가장 밑에는 '노반(路盤)'이 있습니다. 선로를 깔기 위한 가장 기초인 셈입니다. 대부분 흙으로 되어 있지만, 교량에서는 콘크리트가 이를 대체합니다. 그리고 노반 위에 '도상'이 있고, 그 위로 침목을 놓고 레일을 부설하면 선로가 완성되는데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가운데 도상은 열차 운행 때 레일과 침목이 받는 하중을 넓게 노반에 분산시키고, 물 빠짐을 좋게 하며 노반의 파손과 침목의 움직임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차량의 진동을 흡수해서 승차감을 좋게 하는 기능도 한다는데요.

 도상 없이 노반 위에 바로 침목을 놓고 레일을 깔게 될 경우 충격 흡수가 되지 않는 데다 침목이 흔들리면서 궤도가 상하좌우로 비뚤어지는 등 정상적인 열차 운행이 어렵다고 합니다.

 자갈 도상은 철도 초기에 고안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899년 일본에 의해서 개통된 경인선에 자갈 도상이 사용됐습니다. 자갈이 구하기 쉽고, 저렴하면서 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궤도 틀림 등이 발생할 경우 보수 작업도 비교적 쉽다고 하는데요.

1899년 개통한 경인철도에도 자갈 도상이 적용됐다. [사진 코레일]

1899년 개통한 경인철도에도 자갈 도상이 적용됐다. [사진 코레일]

 자갈 도상은 1899년 경인선에도 사용  

 그래서 해외는 물론 국내에 건설된 일반철도 대부분은 자갈 도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국내 최초로 건설된 서울지하철 1호선도 자갈 도상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이후 개량을 통해 상당 부분 콘크리트로 교체했다고 합니다.

 경부고속철도도 1단계 구간(서울~동대구)에서는 거의 다 자갈을 썼습니다. 길이가 5㎞를 넘는 장대 터널 구간만 예외적으로 콘크리트 도상을 적용했는데요. 당시에는 고속철도 선로에 대한 기술이 부족했고, 또 사업비 부담으로 인해 자갈 도상을 주로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경부고속철도 2단계(동대구~부산) 구간과 호남고속철도(오송~송정), 그리고 수서고속철도(수서~평택) 건설 때는 전 구간을 콘크리트로 메웠습니다.

콘크리트 도상. [사진 한국철도시설공단]

콘크리트 도상. [사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처럼 장점이 많은 자갈이지만 단점도 적지 않은데요. 무엇보다 자갈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먼지가 많고, 토사가 유입되면 선로의 물 빠짐이 나빠집니다.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건 대부분 지하로 다니는 도시철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먼지 덜 나고 침목 꽉 잡는 콘크리트  

 또 자갈들 사이가 굳어지면 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갈 사이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자갈치기'라나 자갈 교체 등을 해줘야 하는데요. 이런 작업에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 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게 콘크리트 도상입니다. 이 도상은 무엇보다 한번 시공하고 나면 보수작업을 해야 할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고, 콘크리트가 침목을 꽉 잡아주는 덕에 궤도 틀림이 자갈 도상에 비해 적다는 게 장점입니다. 물론 자갈보다 먼지도 덜 발생하는데요. 이 때문에 국내 지하철은 대부분 콘크리트 도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속열차가 시속 250㎞ 이상으로 달리면 자갈이 튀어오르는 현상이 생긴다. [사진 코레일]

고속열차가 시속 250㎞ 이상으로 달리면 자갈이 튀어오르는 현상이 생긴다. [사진 코레일]

 또 KTX의 경우 자갈 도상에서는 시속 250㎞ 이상으로 달리면 자갈이 튀어 올라 바퀴나 차체를 때리는 '자갈 비산' 현상도 생기는데요. 그래서 선로 공사나 보수 작업 시 자갈을 침목보다 5㎝ 아래까지만 자갈을 채우는 방식으로 이를 방지한다는 게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설명입니다.

 물론 콘크리트 도상에서는 이런 염려가 거의 없습니다. 아예 침목과 도상을 일체형으로 콘크리트로 만드는 '슬라브 도상' 도 있는데요. 넓게 봐서 콘크리트 도상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균질한 승차감은 콘크리트가 우위" 

 반면 콘크리트 도상은 자갈에 비해 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열차 운행 때 충격이 크고, 소음도 심하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여기에 자갈 도상보다 1.5배~2배가량 비싼 건설비도 부담일 수 있습니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에선 콘크리트 도상이 기본이었다. [사진 한국철도시설공단]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에선 콘크리트 도상이 기본이었다. [사진 한국철도시설공단]

 하지만 콘크리트 도상이 자갈 도상보다 결코 승차감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유진영 궤도사업부장은 "자갈 도상은 이론적으로는 궤도 틀림이 없다면 자갈의 탄성 덕에 승차감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궤도 틀림이 없을 수 없다"며 "오히려 궤도 틀림이 적은 콘크리트 도상이 보다 균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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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사실 자갈이나 콘크리트 도상 어느 게 훨씬 더 낫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일반철도와 고속철도, 그리고 도시철도의 특성에 맞게 가장 효율적이고, 가능하면 가성비도 뛰어난 도상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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