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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카니발·올란도에 레이도 도전장···'캠핑카 튜닝' 2배 뛰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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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승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한 차량. 침상과 탁자, 냉장고, TV 등이 있다. [강갑생 기자]

12인승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한 차량. 침상과 탁자, 냉장고, TV 등이 있다. [강갑생 기자]

 "캠핑카를 몰고 한적하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 호젓하게 휴가를 즐긴다면?"

 아마도 많은 분이 이런 상상을 해봤을 텐데요. 하지만 11인승 이상 승합차에 침대와 싱크대, 냉장고 등 각종 설비를 넣어서 시장에 내놓은 캠핑카는 가격이 상당해서 쉽게 접근이 어렵습니다. 스타렉스 캠핑카는 5000만원대, 미니 버스 수준의 캠핑카는 1억원을 훌쩍 넘는데요.

 그래서 자신이 보유한 차량을 형편에 맞게, 효율적으로 캠핑카로 바꿀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마침 지난 2월 말부터 캠핑카 튜닝(차량 개조)에 대한 규제가 상당 부분 풀렸습니다.

 승용차·화물차도 캠핑카로 개조 가능  

 종전에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캠핑카로 튜닝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승합차는 물론 승용차와 화물차, 특수차 등 모든 차종이 캠핑카로 변신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 캠핑카. 가격이 5000만원을 넘는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 캠핑카. 가격이 5000만원을 넘는다. [사진 현대자동차]

 또 기존 캠핑카는 침대와 취사, 세면 등의 캠핑 시설을 모두 갖춰야만 했지만, 이제는 취침 시설 외에 캠핑에 필요한 1개 이상의 시설만 갖추면 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런 영향 때문인지 규제 완화 이후 3월 말까지 한 달간 하루 평균 20대 정도의 차량이 캠핑카로 변신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직전 한 달의 하루평균 8~9대 수준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차량을 캠핑카로 개조하려면 먼저 해당 업체와 논의한 뒤 교통안전공단에 차량 개조 계획을 보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튜닝이 끝난 뒤에는 당초 계획대로 됐는지를 확인받는 절차를 거칩니다.

 "카니발, SUV의 튜닝 요청 많아져"  

 실제 튜닝 현장은 어떤지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의 추천을 받아 인천에 있는 전문업체(해나름)를 22일에 방문했습니다. 이 회사의 작업장에서는 12인승 승합차인 스타렉스와 스타렉스 밴(화물 공간이 큰 차), 그리고 중형버스를 캠핑카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승합차의 뒷좌석 공간을 캠핑카로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갑생 기자]

승합차의 뒷좌석 공간을 캠핑카로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갑생 기자]

 그 속에서 SUV 차량이 눈에 띄었는데요. 5인승 대형 SUV의 뒷좌석 공간을 캠핑에 적합하도록 꾸밀 예정이랍니다. 이 업체에서는 앞서 7인승 승용차(올란도)도 2인승 캠핑카로 튜닝했는데요. 잠을 잘 수 있는 침상과 식사가 가능한 테이블 등을 설치해 아기자기하게 꾸몄습니다. 규제 완화의 효과를 바로 본 셈입니다.

 업체 대표인 이덕영 한국자동차튜너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정부의 캠핑카 튜닝 규제 완화 정책 발표 이후 튜닝업체가 200개가량으로 늘었다"고 소개합니다. 그만큼 앞으로 승용차 등을 활용한 캠핑카 튜닝이 활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 같은데요. 물론 튜닝 시장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를 받고는 있지만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캠핑카로 변신한 카니발 승용차. [사진 해나름]

캠핑카로 변신한 카니발 승용차. [사진 해나름]

 캠핑카 튜닝 상담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차종은 카니발이라고 합니다. 종전에도 11인승 카니발은 합법적 튜닝이 가능했지만 9인승은 승용차여서 캠핑카로 개조가 불가능했는데요. 타다 서비스 중단 이후 중고시장에 카니발 차량이 많이 공급되면서 가격도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덕영 대표는 "카니발은 운전석 뒷공간에 침대와 싱크대, 냉장고 설치가 가능하다"며 "다만 샤워실은 공간 구조상 어렵다"고 말합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비용 다양  

 튜닝의 장점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주머니 형편에 맞게 설비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침상과 테이블만 설치하는 등 최소한의 캠핑카 기능을 갖추는 데는 300만~400만원 정도면 된다고 하는데요.

최근 규제 완화 덕에 캠핑카로 변신한 올란도 승용차의 내부. [사진 해나름]

최근 규제 완화 덕에 캠핑카로 변신한 올란도 승용차의 내부. [사진 해나름]

 물론 승합차에 침대와 냉장고, TV, 식탁 등 여러 필요 시설을 넣을 경우에는 1400만~1600만원까지 들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기본적인 설비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경차 수준의 작은 차량도 캠핑카로 개조가 가능할까요. 교통안전공단의 조동식 자동차튜닝처 부장은 "경차 중에서 실내 공간이 높고 넓은 레이(기아자동차)를 캠핑카로 튜닝하겠다며 인증을 신청한 업체가 있다"고 소개합니다. 다만 아직 시장에 나오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어떤 모습과 기능일지 기대가 됩니다.

 조 부장은 "코로나 19 여파로 앞으로는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보다는 한적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캠핑하려는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에 따라 캠핑카 튜닝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튜닝에도 개별소비세 부과…걸림돌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걸림돌도 있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가 튜닝 차량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건데요. 튜닝할 경우 해당 차량의 잔존가치에 튜닝비용을 더한 금액의 5%에 해당하는 개별소비세를 받겠다는 겁니다.

경차인 레이를 캠핑카로 튜닝하려는 업체도 있다. [중앙포토]

경차인 레이를 캠핑카로 튜닝하려는 업체도 있다. [중앙포토]

 예를 들어 잔존가치가 3000만원인 승용차에 500만원을 들여 튜닝하게 되면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합해 250만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겁니다. 튜닝 업계 관계자는 "상담 왔던 고객이 세금 얘기를 듣고는 부담스럽다며 튜닝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하는데요. 게다가 승용차는 애초 구입 때 개별소비세를 냈기 때문에 이중과세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튜닝 업계에서는 세법 규정상 튜닝 차량에도 개별소비세를 부과해야 한다면 잔존가치는 제외하고 튜닝 비용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에서는 기재부와 해당 문제를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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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시행한 캠핑카 튜닝 규제 완화가 세금 문제 때문에 효과가 반감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들 캠핑카를 대상으로 전기와 수도, 그리고 폐수처리 시설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오토캠핑장의 확대도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캠핑·휴가 문화 정립에 튜닝 규제 완화가 제대로 역할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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