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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서울,경기,인천 따로 따로 교통정책? "하나로 묶어야 시민 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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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인천에서 매일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150만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경기도와 인천에서 매일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150만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서울과 인천, 경기도를 한데 묶어서 수도권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여러 현안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립니다. 광역교통 분야도 마찬가지인데요. 서울시는 경기도와 인천에서 출발하는 M버스나 광역버스가 가급적 서울 시내까지 들어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서인데요.

 반면 경기도나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 또는 통근하는 경우에는 최대한 목적지 부근까지 버스나 전철이 운행하기를 바랍니다. 광역버스로 서울 외곽까지 온 뒤 다시 서울 시내버스로 갈아타는 불편이나 번잡함을 겪고 싶지 않아서인데요.

 2015년 통계청의 인구조사를 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매일 통학·통근하는 인구는 130만명,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인구는 19만명가량 됩니다. 이를 합치면 매일 거의 150만명이 경기도나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나 인천은 가급적 이들 도민이나 시민이 보다 편하게 서울을 오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하지만, 서울시는 교통량 증가와 차량 정체, 대기 오염 등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교통 분야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오가는 승객들로 광역전철이 심하게 붐빈다. [연합뉴스]

출퇴근 시간대에는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오가는 승객들로 광역전철이 심하게 붐빈다. [연합뉴스]

 대도시권 교통난 해결, 대광위 출범 1년

 이럴 땐 중앙정부가 나서서 광역버스, 광역전철 등으로 대표되는 광역교통문제를 풀어줘야 하지만 전국 단위가 아닌 특정 대도시권에만 집중된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년 전인 지난해 3월 19일 출범한 조직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입니다. 이제 갓 돌을 맞이한 대광위는 차관급 상임위원장(최기주 위원장)에 2개국 7개과, 그리고 수도권·부산울산권·대구권·광주권·대전권 등 5개 권역별 위원회를 갖추고 있는데요.

지난해 3월 19일 열린 대광위 현판식. [연합뉴스]

지난해 3월 19일 열린 대광위 현판식. [연합뉴스]

 대도시권 광역교통기구 신설은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이기도 합니다. 대광위는 광역교통 중장기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을 조정하는 게 가장 큰 임무입니다.

 사실 대광위는 앞서 영국, 미국, 프랑스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광역교통기구를 벤치마킹한 겁니다. 대표적인 광역교통기구로는 우선 영국 런던의 'TfL(Transport for London)'이 있는데요. 우리말로 옮기자면 '런던 광역교통청'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런던 TFL 로고. [홈페이지 캡처]

런던 TFL 로고. [홈페이지 캡처]

 TfL은 런던과 주변 32개 자치구의 광역교통을 관할하는 행정기구로 런던 광역권의 교통계획 수립과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총괄하는데요. 1999년 운수업체간 조정 미흡 등으로 인한 비효율적인 교통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런던 광역청법(Greater London Authority Act)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런던엔 TfL, 파리는 IdFM 운영 중  

 TfL은 크게 3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요. 보험과 운수, 그리고 신탁회사인데요. 특히 운수 자회사에는 런던의 주요 버스와 지하철 등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올해 말 완공 예정인 광역급행철도인 크로스레일(Crossrail)도 들어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자회사를 가진 덕에 TfL은 예산의 47%는 각종 요금 수입으로 충당합니다. 나머지 23%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조금이며, 혼잡통행료 수입과 부동산 개발 이익 등이 11.5%, 차입과 현금이전 등이 8.7%입니다. 사실상 자체 수입이 60%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IdFM의 로고. [홈페이지 캡처]

IdFM의 로고.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 파리의 '일드프랑스 교통청(IdFM,Ile-de-France Mobiltes)'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파리를 비롯한 인근 도와 함께 구성한 조직으로 광역 급행과 지하철을 포함한 철도, 트램, 버스 등 교통정책 전반을 담당합니다. 프랑스의 수도권인 일드프랑스 면적(약 1만 2000㎢)은 우리 수도권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IdFM이 협약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파리의 지하철 서비스. [중앙포토]

IdFM이 협약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파리의 지하철 서비스. [중앙포토]

 IdFM은 파리교통공사(RATP), 프랑스 국철(SNCF) 같은 공공기관은 물론 버스협회 등 민간조직 등과 협약을 맺고 다양한 대중교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입의 약 50%는 교통세로 충당합니다.

 워싱턴, 뉴욕은 교통 계획과 운영 분리  

 또 미국 워싱턴에는 '워싱턴 대도시권 관리행정위원회(MWCOG,Metropolitan Washington Council of Governments)가 있습니다. MWCOG는 버지니아, 메릴랜드, 콜롬비아 등 3개 주 22개 도시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광역 교통은 물론 토지이용과 안전, 환경 등과 관련한 계획도 수립한다고 합니다.

MWCOG의 로고. [홈페이지 캡처]

MWCOG의 로고. [홈페이지 캡처]

 단, 직접적인 대중교통 운영은 '워싱턴 대도시권 교통국(WMATA, Washington Metropolitan Area Transit Authority)'이 담당합니다. 계획을 수립하는 기관과 운영기관이 분리되어 있는 겁니다. 뉴욕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들 외에도 스페인 바르셀로나·마드리드, 독일 베를린, 캐나다 몬트리올에도 유사한 조직들이 운영 중입니다.

 사실 이들 외국의 대도시권 광역교통기구와 비교하면 우리 대광위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최근 광역철도망의 확충과 BRT(간선급행버스체계) 확대,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통한 연계·환승 강화 등을 포함한 '광역교통 2030' 계획을 야심 차게 발표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광위, GTX와 요금 권한 등 보완해야 

 하지만 조직과 예산, 그리고 권한 등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우선 수도권을 예로 들면 가장 핵심적인 광역교통대책으로 손꼽히는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계획과 추진 권한을 대광위가 아닌 국토교통부가 갖고 있습니다. 서로 협의를 한다고 하지만 GTX와 일반 광역철도의 계획 수립과 집행 권한이 통합되지 않은 건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광위는 아직 GTX와 요금 정책 등에 대한 권한이 없다. [사진 국토교통부]

대광위는 아직 GTX와 요금 정책 등에 대한 권한이 없다. [사진 국토교통부]

 또 대중교통 요금, 특히 환승할인 등에 대한 책정 권한도 대광위가 아닌 지자체 소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다 보니 대광위 차원에서 연계·환승을 강화하려고 해도 승객들이 직행 대신 환승을 택할 만큼의 요금 할인 혜택을 제대로 부여하기 힘든데요. 효율적인 정책 집행을 위해서는 이들 현안에 대한 권한을 대광위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예산 역시 자체 수입원을 가지고 있는 외국의 몇몇 기관과 달리 대광위는 전액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습니다. 올해 예산은 6800억원가량인데요. 이 예산을 확보하려면 국토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지난한 설득작업을 벌여야만 합니다. 정책 집행의 신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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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이제 막 출범 1년을 맞은 대광위에게 너무 큰 요구를 할 상황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의 논의 끝에 어렵게 탄생한 광역교통기구인 만큼 미비점을 차근차근 보완해 외국의 주요 기관 못지않은 확실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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