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부산 가려 탄 KTX 포항행? 그럴수 있다, 중련·복합열차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20.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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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산천 두 열차를 하나로 연결한 '중련'편성. [사진 코레일]

KTX-산천 두 열차를 하나로 연결한 '중련'편성. [사진 코레일]

 서울역에는 평일(월~목) 오전 9시 25분에 포항으로 출발하는 고속열차가 있습니다. 'KTX-산천 457' 열차인데요. 그런데 열차 시간표를 보면 같은 시각에, 동일한 승강장에서 역시 포항으로 떠나는 또 다른 열차가 있습니다. 'KTX-산천 4051' 열차입니다.

 두 기차는 번호도 분명 다른 별개의 편성이지만 사실상 하나의 열차처럼 운영됩니다. 기관차를 포함해 각 10량씩인 열차 두 편성을 하나로 연결해 모두 20량을 만들어 포항까지 가는 건데요.

 이처럼 두 개 이상의 열차를 연결해서 하나의 차량처럼 운행하는 방식을 철도용어로 '중련(重連)'이라고 부릅니다. 열차뿐 아니라 기관차만 여러 대 더 연결해서 운행하는 것 역시 중련에 포함되는데요.

중련으로 편성된 열차 시간표. [사진 코레일앱]

중련으로 편성된 열차 시간표. [사진 코레일앱]

 두 개 이상 열차 연결 운행, 중련  

 중련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입니다. KTX 산천이나 SRT(수서고속열차)의 경우 평소에는 10량 한 편성으로 다니다가 승객이 몰리는 요일이나 시간대에는 두 편성을 이어붙여 좌석 수를 두배로 늘리는데요.

 매번 20량으로 다니는 것보다 열차 활용성과 여객 수송효율 등에서 유연한 중련이 훨씬 효과가 크다는 설명입니다. 중련은 통상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경우를 칭하는데요.

SRT도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중련으로 운행한다. [사진 SR]

SRT도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중련으로 운행한다. [사진 SR]

 중련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구분되는 방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역에는 평일 낮 1시에 같은 승강장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가 두 편성 있습니다. 하나는 'KTX-산천 131'열차이고, 또 다른 열차는 'KTX-산천 461'입니다.

 이 두 열차는 하나로 연결돼 동대구까지 이동한 뒤 갈라지는데요. '131' 열차는 부산으로, '461' 열차는 포항으로 각각 가게 됩니다. 두 열차는 서울로 향할 때는 동대구역에서 만나서 다시 하나의 열차로 연결됩니다.

 출발 같지만 목적지 다르면 복합열차 

 권병구 코레일 차량기술단장은 "중련은 보통 출발지와 목적지가 동일한 경우를 말하고, 출발지는 같지만, 중간에 나뉘어서 목적지가 각기 다를 때는 '복합열차'로 부른다"고 설명합니다. 출발지는 달라도 중간에 만나서 같은 목적지로 이동하는 경우 역시 '복합열차'가 되는 겁니다.

복합열차 시간표. 부산행과 포항행이 동대구역까지 하나로 움직인다. [사진 코레일앱]

복합열차 시간표. 부산행과 포항행이 동대구역까지 하나로 움직인다. [사진 코레일앱]

 좀 풀어서 말하자면 복합열차는 중련에 포함되지만 모든 중련이 복합열차는 아닌 겁니다. 복합열차는 일반 중련과 마찬가지로 여객수송의 효율성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광명 구간처럼 선로용량이 부족한 구간을 각기 다른 목적지의 열차가 한꺼번에 통과하게 되면서 본래 2번 지나가야 할 걸 한차례 주행으로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과거 열차시스템이 꼼꼼하게 갖춰지지 않았던 유럽에선 복합열차의 좌석을 잘못 앉는 바람에 중간에 열차가 나누어져 엉뚱한 곳에 도착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새마을호 중련 연결. [블로그 엔레일 캡처]

새마을호 중련 연결. [블로그 엔레일 캡처]

 중련은 사실 고속열차뿐 아니라 ITX-새마을, 누리로 등 일반열차와 화물열차도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수요 등을 따져 중련 편성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 건데요. 권병구 단장은 "과거에는 새마을호 등을 중련으로 운행하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20량 KTX, 너무 길어서 중련 불가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20량 한 편성으로 된 KTX인데요. 이 KTX도 열차와 열차를 연결할 수는 있습니다. 운행 중 고장이 난 경우 다른 KTX를 연결해서 견인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승객 수송을 위한 중련은 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기차역의 플랫폼 길이 때문입니다. KTX는 한 편성의 길이가 388m에 달합니다. 두 편성을 연결하면 거의 780m에 달하는데요. 반면 플랫폼은 대부분 400~500m가량에 불과합니다.

 만약 KTX를 중련으로 하면 열차가 플랫폼에 다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KTX-산천을 중련할 때도 두 편성만 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KTX-산천은 한 편성의 길이 200m가량인데요. 만약 세 편성을 연결하면 길이가 600m를 넘기 때문입니다.

일반 KTX를 중련하면 길이가 780m에 달해 승강장 길이를 훨씬 초과하게 된다. [중앙포토]

일반 KTX를 중련하면 길이가 780m에 달해 승강장 길이를 훨씬 초과하게 된다. [중앙포토]

 그런데 KTX-산천 두 편성을 연결하면 엔진(모터)은 앞 열차만 켜는 걸까요? 아니면 두 열차 모두 기관차를 가동할까요? 정답은 "모두 가동한다" 입니다. KTX-산천은 애초 중련을 염두에 두고 설계·제작되었기 때문에 열차를 연결하면 앞차의 기관실에서 뒷 열차의 엔진과 조명, 신호 등을 모두 한꺼번에 통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를 '총괄제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되면 앞 열차의 기관사 한명이 열차 두대를 마치 한대처럼 조종할 수 있다고 합니다. SRT 열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 만들어진 20량짜리 KTX는 이 기능은 없다고 하네요. 조만간 중앙선에 투입될 동력 분산식 준고속열차인 EMU-250 역시 중련과 총괄제어가 가능하게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KTX-산천은 중련하면 앞 열차에서 뒷 열차의 엔진, 신호, 조명 등을 모두 조정할 수 있다. [사진 로템]

KTX-산천은 중련하면 앞 열차에서 뒷 열차의 엔진, 신호, 조명 등을 모두 조정할 수 있다. [사진 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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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련과 복합열차, 모두 나름의 효용성이 있는데요. 승객 입장에서는 특히 복합열차를 이용할 때 자신이 타야 할 열차 번호를 반드시 확인해야만 엉뚱한 목적지로 가는 낭패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TX-산천은 열차끼리 떼었다 붙였다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분도 채 안 되기 때문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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