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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만원 냈는데 과제만 내줘" 예체능 등록금반환 요구 봇물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각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연세교육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온라인 강의 개선과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각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연세교육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온라인 강의 개선과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온라인 강의가 1학기 전체로 확장되거나 연장되면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7일 연세교육권네트워크의 등록금 반환요구 기자회견에 이어 8일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재난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학교 측이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연 1000만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에는 학교 시설 이용비, 실습비, 실험 비용 등이 포함됐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등록금 반환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희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대학가 대책 마련을 요구한지 두 달이 되어가는데 학교 측은 '긴급 상황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논의 주체를 참여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대 한 학기 등록금 504만원인데 과제만 내주기도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이 7일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이 7일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현세대와 이화여대 학생회 조사 결과 교육 과정 대부분이 실습으로 구성된 예체능계 학생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심미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학생은 "등록금 504만원을 다 냈는데 온라인 강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작가에 대한 자료조사를 해오라는 등 과제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연세교육네트워크 설문 조사에 응한 음악대학 4학년 A씨는 "실습이 반인 음대에서 제일 중요한 전공실기 수업도 전화, 화상통화 등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실행하려 한다"고 했다. 연세대 체육계열 2학년 학생 B씨도 "이론수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과제만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과학 계열도 피해가 큰 건 마찬가지라고 한다.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배준호씨는 "3시간짜리 강의를 18분만에 끝내는 수업과 다큐멘터리 시청을 과제로 주는 등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수업의 질이 완전히 떨어졌는데도 수업료를 동일하게 받는데다 온라인 강의 진행에 있어서도 매뉴얼 없이 허둥대는 학교의 대응이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미 이뤄진 월세 계약으로 인한 피해도 호소했다.
실제 각 대학 학생회 조사 결과 기숙사 입사에 차질이 생겨 학교 인근 월세방을 전전하는 경우, 이미 진행한 월세 계약을 취소할 수 없어 휴학을 원해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 등 주거 불안 문제와 관련된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었다.

"휴학 고민할 정도로 스트레스"…교육부 "환불 사유 아냐" 

지난 3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 질 저하 문제로 휴학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학부생 3591명과 대학원생 1368명이 참여한 연세교육권네트워크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51% 학생들이 강의 질 저하로 휴학을 고민했으며 학부생의 93%는 등록금 반환에 찬성했다.
3808명이 참여한 이화여대 학생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6%가 등록금을 감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 학생회는 학교에 등록금 중 시설이용비, 실습비 등이 어느 정도 책정되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수업료를 온라인 강의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일관한다고도 지적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에서 "정부가 비상경제시국을 선포해 모든 학생과 대학가 주변 시설은 고통받고 있지만 대학만은 배부르다"며 상반기 등록금 반환과 교육부-대학-학생으로 구성된 3자 협의회 소집, 대학생을 위한 경제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학교 측은 아직 등록금 반환에 관해 어떤 것도 결정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생들과 논의 중이고 아직은 논의 초기 단계"라며 등록금 반환 문제를 놓고 학교 당국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등록금 책정 근거와 관련해서는 예결산정보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보통 학교 회계에서 인건비가 제일 많이 들고, 시설유지비가 주로 들어간다"며 "수업료는 전체 서비스의 총액으로 계산될 뿐 비율로 따지지는 않아 관련 정보 제공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도 아직 등록금 반환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정보공개 청구결과는 회신했으며 실습비 비중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학교가 관련 규정을 지키는 이상 온라인 강의 진행이 등록금 환불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 학사는 1학점당 15시간 이상(한 학기 기준) 교육을 하면 법적으로 질적 문제가 담보된다고 본다"며 "법적으로 요구되는 수업시간이 전부 이수되면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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