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자 전자팔찌 도입 결론 못내…복지부 “인권침해 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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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홍콩의 코로나19 관리용 손목밴드. [연합뉴스]

홍콩의 코로나19 관리용 손목밴드.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위치추적하기 위한 ‘전자팔찌’(일명 손목밴드) 도입을 논의했지만 결론내지 못했다.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면서다.

정부에선 ‘손목밴드’로 표현 #일반인에 강제할 법적 근거 없어

7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법무부 등이 참여한 관계부처 비공개회의가 열렸지만 합의점을 못 찾았다. 복지부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데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가격리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 중 하나”라며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데 그중 하나로 손목밴드도 있다”고 말했다.

전자팔찌는 스마트폰에 깔린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된다. 팔찌와 휴대폰 거리가 20m 이상 떨어지면 정부의 중앙모니터링단에 실시간으로 경보를 보낸다.

지난 3일 전북 군산에서 자가격리된 베트남 유학생 3명이 집에 자가격리 앱이 깔린 휴대전화를 두고 인근 공원을 5시간 동안 돌아다닌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치추적용 전자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국내 자가격리자는 4만6566명(6일 오후 6시 기준)이다. 이중 해외입국 관련 자가격리자가 3만8424명에 달한다. 이달 1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가 의무화됐다. 현 추세대로면 자가격리자가 8만∼9만명으로 늘어난다. 감염병예방법 또는 검역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은 75명(67건)이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대만과 홍콩은 전자팔찌 도입을 검토 중이거나 도입했다.

하지만 성폭력이나 살인·강도와 같은 강력범죄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자팔찌를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 안팎에서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자가격리자가 외출금지라는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통한 불시점검 같은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전자팔찌는 성폭력사범에게 사용되는 전자발찌와 달리 법적 근거도 없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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