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 오히려 '종이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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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민단체의 활동가인 崔모(36)씨는 인터넷을 검색할 때마다 갈등을 느낀다. 애써 찾은 자료를 그냥 모니터로만 볼 것인지, 프린터로 인쇄할 것인지 고민한다.

崔씨는 "망설이다가 결국 수십쪽의 자료를 인쇄하곤 하지만 다시 챙겨 보는 경우가 많지 않아 종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 환경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6일 '디지털 경제의 발전에 따른 환경정책 과제와 대응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경제는 환경친화적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환경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사례로 1992년 28억4천1백만통이던 연간 국내 우편물 처리량은 2001년 50억5천만통으로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인구나 경제규모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휴대전화 등 IT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요금청구서.안내장.독촉장 등이 급증한 것도 배경이 된다.

또 사무기기 용지의 연간 사용량도 95년 11만9천t에서 2001년 13만2천t으로 증가했으며, 1인당 전력사용량도 98년 4천1백67㎾h에서 2002년 5천7백52㎾h로 늘어났다. 인터넷 검색결과를 습관적으로 인쇄하는가 하면, PC 사용이 길어져 전력도 많이 소비하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매년 1백73만대의 개인용 컴퓨터(PC)와 1천3백만대의 휴대전화기가 버려지고 있다. 이 모든 게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폐기물이다.

정보통신 기기가 내뿜는 전자파 등도 유해요인이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 박인상(민주당)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전자파 발생.유해물질 등 디지털 제품이 갖고 있는 유해요인을 예방해야 한다"며 정책 대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교통량의 경우도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줄어들지만 사업 기회가 확대되고 소득향상으로 여가활동이 증가돼 장기적으로는 교통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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