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업대란으로 끼니 걱정까지…푸드뱅크 이용자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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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에서 푸드뱅크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기부받은 식품을 나눠 취약계층의 식사를 해결해주는 푸드뱅크 활동의 주요 지원 대상은 결식아동, 저소득 노인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급증했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날로 악화하는 고용 상황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업자 폭증…푸드뱅크 신규 이용 늘어

미국 오클라호마에 있는 한 푸드뱅크. AP통신=연합뉴스

미국 오클라호마에 있는 한 푸드뱅크. AP통신=연합뉴스

푸드뱅크 이용자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실직자 급증이다. 지난주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은 660만 명을 넘는다. 지난 2주간 신청 건수는 1000만건에 육박한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6개월간의 신청 건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러스트벨트 지역은 심각하다. 지난주 18만 7000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한 오하이오주에선 푸드뱅크 지원 문의가 8배 늘었다. 하루 100통 정도 걸려오던 전화가 800통까지 늘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을 담당하는 크리스틴 워 조처는 지난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20년 동안 일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실태도 전했다. 역시 지난 2주 동안 수천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왔고, 이 중 90%가 신규 실업자로부터 온 것이고 매체는 보도했다. 3월 이후 식품 지원 요청도 50~60% 늘었다.

리사 문 글로벌 푸드 뱅킹 네트워크 회장은 “이전에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푸드뱅크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역의 200개 넘는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에 따르면 푸드뱅크의 92%에서 3월 19~23일 사이 식품 지원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시기는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실업대란이 본격적으로 현실화 할 때다. 3월 둘째 주(8~14일) 28만 2000건이었던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셋째 주(15~21일) 328만3000건으로 약 12배 불어났다.

하지만 기부와 자원봉사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 전역 푸드뱅크의 64%가 식품 기부 및 자원 봉사자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식품 기부가 바닥난 것도 코로나19 때문이다. 2일 블룸버그 통신은 마트와 소매 업체에서 발생한 사재기로 인해 푸드뱅크에 공급되던 식료품의 양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제프 베이조스, 푸드뱅크에 1억달러 기부

한편 코로나19가 식량 위기를 초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푸드뱅크엔 미국의 스타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글. [페이스북 캡쳐]

오프라 윈프리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글. [페이스북 캡쳐]

2일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식량 부족을 걱정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 1000만달러(약 122억)를 기부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기부금 중 100만달러는 미국식품기금(AFF)으로 가고 나머지는 코로나19 구호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도 1억달러(약 1232억원)어치의 기부물품을 '피딩 아메리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조스는 “미국 가정의 식품 부족은 중요한 문제”라며 “현시점에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푸드뱅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했다. 미 프로풋볼(NFL) 스타 톰 브래디도 이 단체를 통해 1000만 개의 식사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코로나19 사이트에 따르면, 3일 오후 6시 기준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4만 5573명이며 누적 사망자 수는 6058명이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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