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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총선에 불려나온 윤석열···2차 '조국전쟁'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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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라졌던 이름들이 다시 튀어나오고 있다. 윤석열·조국·추미애·유시민.

여권, 윤석열 때리며 조국 띄우기 #열린민주, 시민당과 선명성 경쟁 #추미애 ‘검·언 유착’ 의혹 관련 #대검에 “진상 조사” 다시 지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대한민국을 두 동강 냈던 이른바 ‘조국 사태’의 주요 등장인물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쳐오며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들이 4·15 총선을 10여 일 앞두고 빈번하게 거론된다.

표면적으론 MBC가 지난달 31일 보도한 ‘채널A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 간 유착’ 의혹이 계기가 됐다. 채널A 기자가 검사장과 결탁해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검사장은 부인한다. 열린민주당의 최강욱·황희석 비례대표 후보는 2일에도 윤석열 검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의 최 후보는 “총선을 노린 (검찰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전 장관의 법무부에서 인권국장을 지낸 황 후보도 검사장과 기자 간 녹취록이라며 일부 내용을 공개하곤 “채널A와 검찰의 협잡”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감찰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날 대검에 공문을 보내 채널A와 검사장 유착 의혹의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법무부는 대검의 진상조사 보고를 받은 뒤 감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윤 총장이 최측근 검사장에게 보고받았는지, 그렇지 않았더라도 들은 바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총선 판에 이례적으로 검찰총장을 불러들인 것이다. 그러자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4·15 총선은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문재인)과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켜내고자 하는 쪽의 한판 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권(與圈)이 실제 처음 하는 일이 ‘조국 살리기’와 ‘윤석열 쳐내기’”라면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달 31일 관훈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둘이나 만들고 둘 다 조국 수호 정당 아니냐”며 “총선 뒤 합쳐서 조국 대통령 만들기를 하겠구나 이런 생각마저 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 반(反)윤석열, 조국 대 반(反)조국의 구도란 얘기다.

사실 코로나19가 휘몰아친 1월 말 이후 ‘조국’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낙천과 친문(親文)·친조국 후보의 등장, 급기야 민주당의 친문(親文)·친조국 위성정당 창당이 이어졌지만 코로나19에 가려졌다.

박형준 “4·15 총선은 조국 살리기와 윤석열 지켜내기 대결”

민주당이 ‘조국 선거’를 치르기 부담스러워한 측면도 있었다.

민주당이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만 봐도 알 수 있다. 민주당의 단골 공약인 검찰 개혁은 포함되지 않았다. “권력기관 개혁은 아직 진행형이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민주당의 선대위 전략본부 문건)는 인식인데도 그렇다. 선거 후는 어떻게 되더라도 선거 전엔 조심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도 이런 구도가 형성된 건 열린민주당의 등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열린민주당은 조국 마케팅을 해야 한다. 특히 황희석 후보의 경우 비례대표 8번이다. 15~17%는 득표해야 그가 당선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열린민주당과는 사실상 제로섬 관계인 더불어시민당의 성적과 직결된 문제다. 민주당 출신 후보들은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11번 이후에 배치된 터다. 박 대표는 “특히 14번인 김홍걸 후보가 불안불안해진다. 이건 황희석과 김홍걸의 싸움, 더 보면 이낙연(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조국의 싸움”이라고 해석했다. 김홍걸 후보는 이날 열린민주당을 향해 “불만 있어 나간 분들”이라고 했다.

여권의 자신감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 지지도가 높게 유지되고 야당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여권이) 선거에서 어렵지 않게 이길 것이라고 여긴 것 같다”며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상승했다. 일부 조사에선 50%를 넘는다. 지난달 중순까지 박빙으로 분류됐던 수도권 등 승부처에서 민주당 후보가 통합당 후보를 앞서간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대외적으론 “지역구 130석이 목표”라고 말하지만, 내부에선 “(더불어시민당까지 합쳐) 180석도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한국 균열 구조의 낙후성”이라고 진단했다. 유무죄와 윤리는 다른 문제인데도 이를 구분하지 않고 진영 싸움을 벌인다는 취지다. 그는 “누가 이기더라도 총선 이후 극악한 진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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