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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저소득에 PC 지원···인터넷 설치·요금은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종암중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기로 했다.김성룡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종암중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기로 했다.김성룡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가 디지털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고 있다.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총 5만2000여대에 달하는 노트북PC와 태블릿PC를 구입해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 5만2000대 노트북 구입, 저소득층 학생 지원 #통신업계 "인터넷 비용 지원안 등 정해진 것 없어"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PC 등 온라인 기기 지원만으로 온라인 강좌 접근권이 확보되지 않아서다. 인터넷망 연결 지원 방안 등까지 마련돼야만 온라인 개학의 소외 계층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트북, 태블릿PC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대여 

박원순 서울시장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영종 서울 구청장협의회 회장(종로구청장)과 함께 2일 서울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64억원을 투입해 노트북 5만2000대를 사들여 취약계층 초·중·고 학생들에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각각 40%를 부담한다. 나머지 20%는 서울 25개 구청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박 시장은 "학생들의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노트북PC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교사 부담을 완화하고 양질의 콘텐트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 법정 저소득층 학생 5만2000명에게 한대당 70만원을 상정해 노트북PC를 구매해 대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노트북PC와 태블릿PC 등 기기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은 8만5000여명 수준이다. 이 중 중앙 정부 지원분 4000대와 각 학교가 보유한 3만4000대를 제외한 부족분 5만2000대를 서울시와 구청, 교육청이 분담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 뉴스1

인터넷 지원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이날 발표에선 기기 지원안은 나왔지만, 저소득층과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의 학생이 정작 온라인 수업을 받기 위해 필요한 인터넷 연결 관련한 방침은 밝히지 않았다.

조 교육감은 "15억원을 들여 각 학교에 긴급하게 무선통신(와이파이)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매월 21억원을 투입해 7만명 교사가 무제한 데이터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가장 먼저 저소득층 자녀 2500명을 대상으로 태블릿PC 지원을 밝힌 서대문구의 방침에도 인터넷 지원안은 빠져있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에서 예산에 맞춰 인터넷 통신비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시교육청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비용지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경기도교육청이 전수조사를 통해 스마트 기기가 필요한 취약계층 및 다자녀가구 등에 스마트기기와 함께 에그(무선 인터넷 단말기)를 함께 대여해주기로 한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교육부 "인터넷 비용 지원" 방침 밝혔지만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며 교육부도 노트북PC 등 기기 지원과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인터넷 이용 지원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래 시·도 교육청별로 PC 및 인터넷비 지원 사업이 있다"며 "인터넷이 얼마나 안 깔려 있는지 현재 확인은 따로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며 "사각지대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이야기에도 통신사의 설명은 다르다. 인터넷 개통 신청과 비용 지원과 관련해 협의한 것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한 통신회사 관계자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온라인 개학과 취약계층 지원 등에 대한 통신회사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안다"며 "취약계층의 인터넷 개통 신청 방식이나 요금 등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인터넷 이용과 달리 한시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설치기사 비용과 월별 과금 등에 대한 부분이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통신회사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트래픽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병목현상으로 인해 수업 중단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상황이지만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기와 인터넷 연결이라는 액세스(access), 콘텐츠의 질이라는 세 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재난 상황에서 저소득층 자녀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기기 지원이라는 관료적 접근을 벗어나 올바른 지원이 가능한 정책 패키지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예·전민희·심석용·채혜선 기자 hykim@joongang.co.kr

노트북, 태블릿PC 갖춰도… 우려의 목소리

 오는 9일부터 순차 온라인 개학을 앞둔 교사들 역시 우려가 크다. 태블릿PC와 노트북PC와 같은 기기를 정부가 지원해주고 인터넷 연결까지 지원해줘도 학생들이 제대로 참여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스마트 기기를 갖고 있어도 학생 혼자 이를 활용해 수업을 듣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데엔 익숙해져 있지만 일반적인 강의를 집중해 듣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부모 등 보호자의 '정보활용 능력 격차'가 아이들의 학습의 질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앱(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이를 활용하는 데 익숙한 보호자가 있는 환경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조손가정 등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실제로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조부모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조력자가 필요한데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결국 교사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으로 아이들이 수업을 듣도록 하기 위해선 교사가 집집마다 방문해야 하는데 갑자기 온라인 개학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 역시 온라인 개학에 대해 우려했다. "초등학교 1~4학년은 '방법'을 배우는 방법적 지식이 많아 선생님과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는게 많다"며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교에서 교사 수에 맞춰 웹캠을 사거나 교사들이 사비로 노트북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주 4만원하던 웹캠이 일주일 만에 8만~9만원으로 두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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