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관련해 대검 간부들에게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까지 전부 읽어보고 챙기라”고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주빈 조서 전부 읽고 대응 기조 세워라"
지난달 31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윤 총장은 최근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n번방 사건'은 죄질이 매우 나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범죄”라며 “대검 부장ㆍ과장들도 피의자 신문조서까지 다 읽어보고 챙기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에서 수사를 맡고 있다.
대검에서 일선 청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하지만 수사 초반부터 대검 간부들이 조서와 수사 기록을 전부 읽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윤 총장이 이런 지시를 내린 건 n번방 사건의 범죄ㆍ피해 유형을 수사 초반에 미리 파악해 대검 차원에서 대응 기조를 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검의 한 검사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균형적으로 처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n번방 사건을 비롯해 주요 현안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 상황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사, 선거 범죄,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이다. 총선을 앞두고 윤 총장의 장모가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여권의 공격이 심해지는 가운데, 총장 자리에서 사퇴하지 않고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윤석열은 공수처 수사 1호" 여권 맹공
최근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윤 총장 부부를 지목한 상태다. 최 전 비서관은 “지금 윤석열 총장 본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나에 대한 날치기 기소를 포함해 법을 어기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최 전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에게 허위로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2일에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8번을 부여받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윤 총장이 포함된 14명의 현직 검사 실명이 적힌 명단을 ‘검찰 쿠데타 세력 명단’이라며 자신의 SNS에 게시하는 일도 있었다. 황 후보는 “2019 기해년 검찰발 국정농단세력ㆍ검찰 쿠데타세력 명단 최초 공개”, “2020년에는 기필코…”라며 척결을 다짐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황 후보는 이날 ‘검찰총장’ 명칭을 ‘검찰청장’으로 바꿔서 검찰 권력을 축소하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을 사례로 들며 “지나치게 과대 평가된 총장의 위상에다 검찰이 사실상 법무부를 장악해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인 윤석열에 대한 감정이나 불만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검찰 내에서는 이런 공격들을 사실상 ‘조국 수사’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윤 총장은 자신의 장모 의혹과 관련해선 “수사 상황을 일절 보고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총장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치는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