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지원 기준 어떻게···건보료 들이대니 자영업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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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휴업·폐업하는 매장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31일 오후 중구 명동 음식점에 테이블이 놓여져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휴업·폐업하는 매장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31일 오후 중구 명동 음식점에 테이블이 놓여져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시기는 "5월 중순 전"이다. 한달 반도 안 남았다. 기초수급자가 되려고 신청하면 길게는 두 달 심사한다. 한 사람 심사에도 이렇게 걸리는데, 소득 하위 70% 이하 1400만 가구를 가려내기가 좀체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긴급 상황을 고려해 신속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어 저 사람이 받는데 나는 왜 안 될까'라는 공정성 불만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건강보험료 활용이다. 맞벌이 가정이면 부부의 건보료를 더하면 되고, 지역 건보료는 가구단위라서 그대로 쓰면 된다. 이미 23개 복지 수당과 서비스 대상 선정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고액 재산 보유자 때문이다. 직장 건보 가입자는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근로소득에만 낸다. 일부 직장인 중 재산에서 임대소득이 발생해 종합소득이 3400만원 넘으면 별도 보험료를 낸다. 이런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수십억원의 재산가가 월급 1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면 이번 재산지원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지역가입자는 재산과 자동차에 건보료를 낸다.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해 재산 건보료 비중을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건보료 수입의 46%에 달한다.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 종사자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건보료 대상이다.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부동산·금융·자동차 등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제도다. 기초수급자·기초연금 등에 쓰인다. 각종 재산을 반영하기 때문에 건보료보다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1400만가구의 소득인정액을 한 달여만에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31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시간이 많고 넉넉하면 재산, 금융소득, 자동차세(자동차가액 자료)를 넣을 수 있지만, 이것(지원금)은 긴급성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오래 걸리는 게 금융소득 조회다. 넉달 넘게 걸린다. 따라서 금융소득 등 일부 요소를 뺀 간소화한 소득인정액을 잣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원할 때 재산은 아예 잣대에 넣지 않고 소득만으로 따진다. ‘행복e음시스템(보건복지부 사회보장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신청자의 소득을 조회하고 3~4일 내에 지급한다.
 보건복지부는 세 가지 방안을 두고 검토한 뒤 늦어도 다음 주에 선정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번 지원금은 얼마나 빨리 지급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자산 조사를 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려 불가능하다. 건보료를 기준으로 소득하위 70%를 줄을 세워서 결정하되 직장 건보 가입자 중 고액 재산가를 빼는 단순한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합리성과 신속성, 두 가지의 기준을 두고 현재 관계부처, 전문가들과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늦어도 다음 주 중 확정해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괄조정관은 "지급대상의 경제적인 능력을 반영하는 합리성을 담보하고, 시급 사항인 점을 고려해 실행이 단시간 내 이뤄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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