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 넘은 북한 도발, 대통령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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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이 도를 넘고 있다. 북한은 29일 오전 6시쯤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연속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남북 간에 2018년 9·19 군사합의로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지했고, 한 건의 무력충돌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지 이틀도 안 돼 9·19 군사합의와 안보리 결의를 보란 듯 무너뜨리고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문제의 발사체는 사거리(230㎞)와 최대 고도(30㎞)를 고려하면 신형 대구경조종 방사포나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2, 9일과 21일에도 북한은 비슷한 발사체를 쏘아 이달에만 네 차례 도발을 감행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막는 데 여념이 없는데도 북한은 국제법과 남북 합의에서 금지한 전술무기를 계속 시험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1일 선천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 발사 당시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하고, 내륙을 관통하도록 발사해 실전 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들 발사체는 ‘변칙 기동’(풀 업·활강 및 상승) 모습이 포착되는 등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무기들이 실전 배치되면 한·미가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해 배치한 패트리엇(PAC-3)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등 ‘킬 체인’이 무용지물이 된다.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발사체 도발이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에 엄중 경고하고 추가 제재에 나서는 대신 도발에 눈을 감고 있다. 청와대부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하나 마나 한 얘기를 하고 있다. 김정은 답방 등 ‘남북 이벤트’에 집착해 할 말을 하지 않으면 북한의 도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은 미국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한층 성능이 강화된 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몸값을 높인 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딜’에 응하도록 압박해 제재 완화를 끌어내려는 속셈이란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눈을 감으면 향후 협상 국면에서 ‘코리아 패싱’이 재연될 우려만 커진다. 답은 분명하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엄중히 경고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문 대통령이 희망하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북핵 위기 해소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