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국판 'n번방' 터졌다…"IP주소 서버, 서울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판 ‘n번방’ 사건이 터졌다. 가장 큰 사이트엔 회원이 무려 800만 명이 넘고 서버의 일부가 한국에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만리방화벽(GFW)을 쌓고 철통 같은 인터넷 감시를 자랑하던 중국 당국도 제보를 받고서야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

중국 최대 아동음란물 사이트 ‘야먀오’ 논단 #회원수 860만 넘어...다른 사이트는 256만 #중국 당국 뒤늦게 제보 받고 수사 착수 #"외국에 서버 있어 책임자 찾기 어려워"

중국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인 야먀오논단. 27일 새벽 현재 회원 수가 860만 3929명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중국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인 야먀오논단. 27일 새벽 현재 회원 수가 860만 3929명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미성년자 영상 등을 올리고 가입비에 따라 회원 등급을 나누며 영상을 유포하게 하는 방법 등이 한국의 n번방 사건과 유사해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언론들은 ‘(중국) 국내판 n번방’ 사건이라 부르고 있다.

중국판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26일 오후였다. ‘반차원(半次元)’이라는 별명으로 중국 인터넷에 글도 쓰고 드라마 평도 하는 유명 블로거가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여러 아동 성 착취 사이트를 고발한 것이다.

뤄리천국 사이트. 내용을 보려면 돈을 내고 VIP 회원이 되거나 25명에게 이 사이트 주소를 전파하면 영구 회원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뤄리천국 사이트. 내용을 보려면 돈을 내고 VIP 회원이 되거나 25명에게 이 사이트 주소를 전파하면 영구 회원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반차원은 최근 자신의 많은 팬으로부터 아동을 성 상품화한 여러 사이트를 제보받았다며 모든 네티즌이 함께 고발 운동에 참여하자고 호소했다. 그가 밝힌 사이트는 모두 다섯 개다.

대표적인 사이트는 '새싹'이란 뜻을 가진 야먀오(芽苗) 논단이다. 또 뤄리(蘿莉) 사이트, 요우~러위안(呦~樂園), 츠위안(次元) 공관, 뤄리(蘿莉“) 천국 등이다. 이에 27일 새벽 신경보 기자가 직접 사이트 방문을 시도했다.

신경보 기자에 따르면 이들 사이트 홈페이지엔 미성년자의 나체 사진 등과 함께 ‘4세 유아’, ‘눈이 큰 뤄리’, ‘초, 중, 고생’ 등과 같은 글이 함께 올라와 있었으며 회원 가입을 위해선 이름과 비밀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우선 기재해야 했다.

중국 신경보는 중국 내 여러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찾아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의 불법과 불량정보 신고센터에 제보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중국 신경보는 중국 내 여러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찾아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의 불법과 불량정보 신고센터에 제보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이어 일주일 회원과 연회원, 평생 회원 등으로 나뉘어 대우가 다르다며 30위안(약 5000원)에서 3000위안(약 50만원)으로 가입비가 달랐다. 가입자는 사이트 운영자에게 직접 접근할 수 없어 제3의 플랫폼을 이용해 송금해야 했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가입 후 회원 등급에 따라 받는 서비스가 다른데 만일 이용자 한 사람이 성 관련 사이트 주소와 이를 소개하는 글귀 등을 25명에게 전파하면 영구 회원의 자격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었다고 한다.

신경보 기자가 27일 새벽 가장 인기가 있다는 야먀오 논단에 가입할 때 받은 ID 번호가 8558469로, 이는 855만 9469번째 이용자를 뜻한다고 했다. 이미 1000여 명이 동시 접속 상태에 있었고 기사를 마감할 때는 가입자가 860만을 넘었다고 신경보는 말했다.

중국 당국은 28일 신경보 제보를 접수해 아동 음란물 관련 사이트를 엄벌에 처할 것이며 계속해서 언론과 네티즌의 제보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당국은 28일 신경보 제보를 접수해 아동 음란물 관련 사이트를 엄벌에 처할 것이며 계속해서 언론과 네티즌의 제보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환구망 캡처]

또 다른 사이트인 츠위안 공관의 이용자는 256만 명으로 3~4분마다 한 명씩 회원이 추가되고 있었다.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고발해 온 황(黃) 모씨는 영상 중엔 여아가 여러 사람의 협박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신경보에 밝혔다.

황씨는 야먀오 논단의 경우 2012년에 이미 고발을 당하기도 했는데 계속 사이트 주소를 바꿔가면서 영업을 하고 있고 동시에 여러 사이트 주소를 이용해 하나가 차단돼도 영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인터넷 회사 프로그래머 왕야오둥(王耀東)은 아동 음란물 사이트의 도메인 네임 매매와 서버 사용은 모두 외국에서 이뤄지고 있어 중국 공안(公安, 경찰)과 인터넷 부서의 감독과 단속을 피하고 있다고 신경보에 밝혔다.

중국 당국은 28일 ‘국내판 N번방’ 등 유해 정보를 전파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으며 제보에 감사하고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당국은 28일 ‘국내판 N번방’ 등 유해 정보를 전파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으며 제보에 감사하고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그는 야먀오 논단과 츠위안 공관의 도메인 네임은 각각 2019년 11월과 2020년 3월에 등록됐는데 사이트의 IP 주소가 각각 175.197.49.163과 175.197.49.205라며 “두 IP 주소를 볼 때 영상 내용을 저장한 서버가 한국 서울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왕야오둥은 또 ‘뤄리’ 사이트와 ‘요우~러위안’은 2020년 등록했는데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사이트를 막아도 그 책임자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경보는 이 같은 내용을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网信辦)에 전달했고 중국 당국은 수사에 착수했다.

중국 당국은 28일 “ ‘국내판’ 등 유해 정보 전파에 대한 제보에 감사한다”며 “이미 출격했다”고 해 조사에 나섰음을 밝혔다.

한편, 중국에선 음란물 등 유해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은 처벌해도 ‘관람자’ 처벌에 관한 규정이 아직 없다고 신경보는 말했다.

베이징=유상철·박성훈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