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분향 막아선 백발 할머니 "천안함, 누구 소행인지 말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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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처음으로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분향하는 순간, 한 백발의 할머니가 막아섰다. 이 할머니는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76) 여사였다.

분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안함 46용사 중 한명인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라며 묻고 있다. 강정현 기자

분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안함 46용사 중 한명인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라며 묻고 있다. 강정현 기자

 문 대통령의 분향을 막아선 윤 여사는 "대통령님, 대통령님, 누구의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며 "여태까지 누구 소행이라고 진실로 확인된 적이 없다"며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고 말했다. 분향을 잠시 멈춘 문 대통령은 "정부 공식 입장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윤 여사는 "다른 사람들이 저한테 말한다. 이게 어느 짓인지 모르겠다고,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저 가슴이 무너진다"며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 맺힌 한 좀 풀어달라, 대통령께서 꼭 좀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천안함 46용사인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의 말을 듣고 있다. 강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천안함 46용사인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의 말을 듣고 있다. 강정현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서해수호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은 애국심의 상징"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애국심이 필요한 때다. 불굴의 영웅들을 기억하며 코로나19 극복의 의지를 더욱 굳게 다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 전사자 묘역으로 이동해 헌화했다.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주호 준위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주호 준위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희생된 55명 용사의 넋을 기리는 행사로, 지난 2016년부터 3월 넷째 금요일에 열리고 있다. 1회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념사를 했고, 2회는 박 대통령 탄핵으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 집권 이후인 3회와 4회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했다.

27일 김정숙 여사가 서해수호의 날 행사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7일 김정숙 여사가 서해수호의 날 행사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기념식은 전사자 유가족, 참전 장병과 정부 주요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좌석 간격을 벌려 배치했으며, 행사 규모도 다소 축소됐다고 국가보훈처는 밝혔다.

김성룡 기자

서소문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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