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로나19 환자라니' 월가의 얼굴 피터 터크만도 확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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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얼굴’ 피터 터크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를 피하지 못했다.

'내가 코로나 환자라니'.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힌 트레이더 피터 터크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의 터크만. [연합뉴스]

'내가 코로나 환자라니'.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힌 트레이더 피터 터크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의 터크만. [연합뉴스]

터크만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데 평생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다”면서도 “그래도 좋은 점은 훌륭한 의료진과 함께 하고 있고 호흡에도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아픈 와중에도 그는 유머를 잃지 않았다. 해변을 배경으로 한 ‘코로나’ 맥주 사진을 글에 곁들였다.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얼굴이 익숙할 것이다. 터크만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증권사 자기매매를 담당하는 플로어 트레이더다. 올해 나이 63세의 그는 1985년부터 35년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해오고 있다.

그가 유명해진 건 2007년부터다. 뉴욕 주가지수가 3% 넘게 하락한 그해 2월 28일. 두 팔을 한껏 벌리고 고개를 든 채 한탄하는 그의 모습이 뉴욕 일간지 ‘데일리 뉴스’ 1면을 장식했다.

피터 터크만을 유명하게 만든 2007년 데일리 뉴스 1면 사진. [터크만 인스타그램 캡쳐]

피터 터크만을 유명하게 만든 2007년 데일리 뉴스 1면 사진. [터크만 인스타그램 캡쳐]

이후 그는 뉴욕증권거래소를 찾는 사진기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 됐다. 뉴욕 증시를 다루는 세계 각국의 기사에 그의 사진은 단골로 실렸다.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가 ‘월가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인물’이다.

아인슈타인을 닮은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주가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풍부한 표정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터크만의 인스타그램 계정명도 ‘월가의 아인슈타인(Einstein of Wall st)’이다.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뉴욕증권거래소가 폐쇄된 이후에 터크만은 집에 머물렀다. 그러면서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자신의 영상을 올리며 1만1000명 ‘팬들(팔로워)’과 소통해왔다. 그런 그도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 50분 기준(현지시간)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만3836명을 기록했다. 그동안 1위였던 중국(8만1782명), 2위였던 이탈리아(8만589명)를 넘어섰다.

하루 사이 미국 내 환자 수가 1만 명 이상 증가하면서 중국ㆍ이탈리아보다 환자 수가 많게 됐다.

지난 8일 미국 뉴욕스퀘어. 뉴욕주를 중심으로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내 환자 수는 중국, 이탈리아를 추월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미국 뉴욕스퀘어. 뉴욕주를 중심으로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내 환자 수는 중국, 이탈리아를 추월했다. [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26일 통계를 보면 뉴욕주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 수는 3만2966명으로 51개주 가운데 가장 많다. 전체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뉴욕주에 몰려있다. 특히 터크만이 머물고 있는 뉴욕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시는 학교, 기업 등의 문을 닫고 자가 격리를 권고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인구 밀집도 탓에 환자 수 급증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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