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인천공항공사 회의실에서 공사 구본환 사장이 비상경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개항 후 처음으로 하루 이용객 1만명 미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기업 중 처음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이용 여객이 하루 1만명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6일 인천시 공항로 본사에서 구본환 사장 주재로 비상경영대책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상황실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공항운영, 방역, 재무, 항공수요 등 분야별 비상상황 대응현황을 점검하고 위기상황 대처를 위한 ‘코로나 19 비상경영 종합대책’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는 것은 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 선언 이후 인천공항의 여객수요가 전년 대비 90% 이상 급감하는 등 공항산업 생태계가 심각한 붕괴 위기에 직면해서다.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인천공항 일일 여객은 지난 1월 25일 최초로 전년 대비 감소(-16/1%)하기 시작했으며 2월 넷째 주는 -51.1%, 3월 셋째 주엔 -91.8% 급감했다. 지난 24일엔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이 9316명을 기록하면서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1만명 미만까지 줄어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인천공항 연간 여객은 전년 대비 70%가량 급감해 손익분기점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인천공사는 수요 추이에 따라 단계별 비상공항 운영을 검토키로 했다. 일일 여객이 7000~1만2000명 수준일 경우 1단계 비상운영(출국장 운영 축소, 셔틀트레인 감편 등)을, 3000~7000명 수준일 경우 2단계 비상운영(1ㆍ2 터미널 부분운영)에 들어가고, 여객이 3000명 미만일 경우 ‘셧다운’ 수준으로 터미널 기능을 최소화하는 3단계 비상운영 체제를 검토하게 된다.
여객 급감에 따른 당기순이익 대폭 감소 등이 현실화되면서 재무관리에도 나선다. 인천공항공사는 총 9751억원의 자금을 채권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이행 및 고통 분담을 위해 4개월간 경영진의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한다. 반납 규모는 사장 30%, 경영진 20%다.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일부가 결국 2월분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는 항공 수요 회복을 위해 항공 업계에 대한 지원은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 지원 대책에 따라 면세점 등 공항산업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용료 254억원을 감면하고 3710억원을 납부 유예한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면세점 등에 대한 추가적인 임대료 감면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 인천공항 내 중소·중견 면세점의 임대료를 3개월간 무이자 납부 유예한다"며 "대기업 면세점의 임대료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 업계와 계속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은 “현재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공항산업 구성원이 공존 및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인천공항공사가 앞장서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