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으로 못된짓 했나" 조주빈이 팔로우한 여성들 다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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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인스타그램 캡쳐]

[조주빈 인스타그램 캡쳐]

미성년자나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이른바 ‘n번방’ 박사 조주빈(25)이 자신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팔로우하던 사람이 6000명이 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대다수가 여성이었는데, 유명인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들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의 SNS 계정이 공개되면서 그를 팔로우했던 여성들이 모두 차단해 25일 기준 팔로잉 수는 0명이다.

"내 사진 어떻게 쓰였나…밤에 잠 안 와" 

조씨의 팔로잉 목록에 들어 있던 여성들은 공포스럽고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한 여성은 “매우 일상적인 사진을 올렸을 뿐인데 조주빈 같은 사람이 팔로우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보는 것도 좋아서 나 역시 전체 공개로 해 놓았는데 바로 모든 게시물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도 “친구가 알려줘서 확인해봤는데 정말 조주빈이 있어서 깜짝 놀라고 소름끼쳤다”며 “n번방 같은 곳에서 여자 사진들 가져다가 못된 짓을 했다고 하는데, 내 사진도 그렇게 이용됐을까 생각하니 밤에 잠이 안 오더라”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사이버 성범죄나 사진 도용 같은 문제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며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나조차도 이런 일에 작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연루가 되자 지인들도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SNS를 통해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했는데, 자신이 팔로우하던 대상을 물색한 후 작업에 나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SNS의 경우 오랫동안 팔로우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동선이나 사는 곳, 직업 등을 유추하기 쉬워 조주빈과 그 ‘직원’들이 신상파악에 악용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씨뿐만 아니라 n번방의 회원들과 n번방을 따라한 다른 방에서도 SNS에 올라온 여성들의 사진을 도용해 자신의 프로필로 사용하거나, 방에 올려 ‘품평’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나타나고 있다.

SNS 통한 '고액 보장' 접근 여전

SNS에는 여전히 일반 여성에게 ‘매우 좋은 조건의 제안을 드리려 하니 연락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식의 댓글을 달거나 DM(메시지)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홍보를 요청하기 위해 SNS 팔로워 수가 많은 일반인을 접촉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법적인 아르바이트나 사기 등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한 여성은 “SNS에 운동하는 사진을 많이 올렸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DM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레깅스룸(강남의 변종 성매매 업소) 이야기를 꺼냈다”며 “바로 차단했는데 그 사람이 내 사진을 다른 용도로 활용했을까 봐 너무 불안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돼야"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다른 사람의 인적 사항을 도용해 사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며 “여전히 아직까지도 성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수준은 약한 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앞으로 계속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일벌백계’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국민 법감정에 맞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양형기준이 마련되면 처벌 수위 예측이 가능해져 해당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찰 수사, 기소, 처벌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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