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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알바생 쓴 편의점 사장님 "대출받으려 6시간 줄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와 연결되는 아파트 단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담을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25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와 연결되는 아파트 단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담을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우리 편의점 알바생이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의점 매출이 40% 떨어졌습니다. 5000만원은 대출받아야 올해를 넘길 수 있을 거 같은데 될지 걱정이네요."

25일 직접대출 시작한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 오전 3시부터 줄…800명 접수 #최대 1000만원(특별재난지역 1500만) 대출

 25일 오전 9시 대구 북구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 북부센터에서 대출 상담 순서를 기다리던 박형구(49)씨의 말이다. 이날 오전 3시부터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센터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섰다. 그중 오전 9시부터 40여분 동안 800명만 상담 번호표를 손에 쥐었다. 대구 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씨는 이날 오전 5시쯤 이곳을 찾았고, 번호표 86번을 받았다.

 박씨는 "신천지 신도인 알바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편의점 관계자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가게 소독도 했다"며 "그런데 소문이 동네에 쫙 퍼지면서 손님이 뚝 떨어졌다. 지난달은 전년 대비 매출이 30% 감소했고, 이번 달은 40%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대출로 학원을 차렸다는 이모(50)씨도 번호표 600번대를 배부받았다. 이씨는 "학원이 안정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코로나 19 사태가 터져서 두 달 넘게 매출이 0원"이라며 "소진공에서 직접대출을 하면 5일 안에 15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고 해서 와봤다"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서 25일 마지막 대기 번호표인 800번을 받은 상인이 표를 보여 주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서 25일 마지막 대기 번호표인 800번을 받은 상인이 표를 보여 주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소진공은 이날부터 31일까지 소상공인 코로나 19 피해지원을 위해 ‘1000만원 이하(특별재난지역 1500만원 이하) 직접대출’을 시범 운영한다. 기존에 해오던 코로나19 일반경영안정자금(최대 7000만원, 1.5% 초저금리)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신청 후 대출금을 받기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소진공에서 지원 대상이라는 확인서를 받은 뒤,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받고, 시중 은행에서 대출받는 3단계를 거쳐야 해서다.

 직접대출은 상담에서 대출까지 5일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은행 등을 거치지 않고 소진공에서 바로 상담후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개인신용등급이 4~10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1.5%, 업체당 최고 1000만원 이하(특별재난지역 1500만원 이하)로 대출이 가능하다.

 이도열 소진공 홍보실장은 "본격 운영은 4월 1일부터다"며 "소상공인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대신 직접대출의 경우 대출금이 기존보다 적다. 만약 조금 기다리더라도 더 많은 돈을 대출받고자 한다면 기존의 일반경영안정자금을 이용하면 된다. 중복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진공은 직접대출 지원 규모가 총 1조9400억원이며, 17만6000명의 소상공인에게 지원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시범 운영 첫날에는 대구 외 전국 소진공 센터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소진공 서울남부센터 앞에는 이날 정오쯤 6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센터 측은 "이미 오전에 140여 명이 찾아왔다"며 "요즘 매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대전 중구 부사동에서 고물상을 하는 61세 남성은 이날 오전 소진공 대전남부센터를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는 "매출이 30% 수준으로 감소해 대출을 받으러 왔다가 대기자가 많아 돌아간다"고 했다.

 부산에서는 4개의 센터에 소상공인들이 몰리면서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오후 부산 연제구 소진공 부산남부센터 복도엔 적어도 50~60명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건설 철거업자 손성원(56)씨는 “오전 6시 도착해 85번 대기표를 뽑아 접수증을 받고 집에 가서 기다리다 나왔다”며 “2~3월엔 일이 없어 1000만원을 대출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1번 접수자는 오전 1시에 나와 대기표를 받고 서류를 접수했다고 한다”며 “접수창구와 직원을 대폭 늘려 접수하면 안 되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팀장은 "각 센터에 사람들이 몰려 상담 자체가 조기 마감돼 버리니, 소상공인 센터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가장 중요한 건 절차가 서둘러 진행돼 소상공인들에게 대출금이 빨리 지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진공 본사에서는 직원을 전국 센터로 파견해 일을 돕고 있다. 이선호 소진공 대구북부센터장은 "지금처럼 대기표를 배부하는 방식은 코로나 집단 감염 우려가 있어 27일부터는 온라인으로도 상담 예약을 받는다"며 "예약 날짜를 잡고 방문한다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대구·대전·부산=백경서·김방현·황선윤 기자, 백희연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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