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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승무원, 임신해도 힐 신어라” 그런 일본항공 바꾼 여배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항공(JAL)이 내달 1일부터 여성 승무원의 힐 착용 규정을 폐지한다. 이는 힐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운동인 '쿠투'(#KuToo, 구두를 뜻하는 쿠츠(靴)와 미투(MeToo)의 합성어) 운동이 시작된 지 약 10개월 만이다.

구두와 '미투'의 합성어 '쿠투' #3~4㎝→0㎝로...사실상 힐 조항 삭제 #"임신한 동료도 힐 신어야해 무서웠다"

쿠투 운동을 처음 이끌어낸 일본 여배우 겸 프리랜서 작가 이시카와 유미 씨 [출처: 버즈피드 저팬]

쿠투 운동을 처음 이끌어낸 일본 여배우 겸 프리랜서 작가 이시카와 유미 씨 [출처: 버즈피드 저팬]

24일 일본판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일본항공은 당초 3~4㎝로 돼 있던 여성 직원의 신발 규정을 변경해 승무원과 지상 직원 모두 굽은 0㎝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굽이 있는 신발 착용을 요구하던 규정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이로써 로퍼나 드라이빙용 신발 등 움직이기 편한 신발도 착용할 수 있게 됐다. 내달부터는 바지 스타일의 유니폼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시카와 유미가 지난해 하이힐 착용 규정에 반대하는 '쿠투' 운동을 시작했다. 이시카와 유미가 신은 운동화. [AP=연합뉴스]

이시카와 유미가 지난해 하이힐 착용 규정에 반대하는 '쿠투' 운동을 시작했다. 이시카와 유미가 신은 운동화.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후생노동성에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쿠투'를 주도했던 일본의 여배우 겸 프리랜서 작가인 이시카와 유미는 "다른 기업에도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항공사나 호텔업, 관혼상제업 등에 적용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간 항공사 여성 직원의 구두 착용은 직원들을 고통스럽게 해왔다. 현업 종사자들은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구까지 온종일 뛰어다니는 데 불편한 신발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발 모양 변형이 오거나 무지외반증 등을 앓는 경우도 있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임신한 동료도 힐을 신고 있어 무서웠다 "만약 기내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승객들을 돕는 과정에서 힐은 적합하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본 여배우 겸 프리랜서 작가인 이시카와 유미가 지난해 하이힐 착용 규정에 반대하는 '쿠투' 운동을 시작했다. [AP=연합뉴스]

일본 여배우 겸 프리랜서 작가인 이시카와 유미가 지난해 하이힐 착용 규정에 반대하는 '쿠투' 운동을 시작했다. [AP=연합뉴스]

쿠투 운동은 일본 정치권에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직장에서 여성의 힐·펌프스 착용을 포함한 복장 규정에 관해, "합리성이 없는 룰을 여성에게 강요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남성과 여성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여성들에게 복장에 있어 고통을 강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시카와 유미가 지난해 하이힐 착용 규정에 반대하는 '쿠투' 운동을 시작했다. [AP=연합뉴스]

이시카와 유미가 지난해 하이힐 착용 규정에 반대하는 '쿠투' 운동을 시작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시카와 유미는 지난해 6월 구두와 관련된 청원서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후생노동성에 안경 착용 규정 완화를 요구하는 3만1000명 이상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안경 착용 금지나 화장 요건 등)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규정을 기업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청원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해 BBC는 일본 회사 중에 여성 직원이 안경을 착용하면 고객에게 '차가운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안경 착용을 금지한 유통업체가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일부 미용 관련 업체는 화장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안경 착용 금지 이유로 내세웠다. 이런 정책을 비판하는 해시태그 (#안경 금지)가 일본 트위터에서 반향을 일으켰다고 BBC는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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