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베이성 간부 “관료주의가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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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칭 후베이성 통계국 부국장. 연합뉴스

예칭 후베이성 통계국 부국장.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湖北)성의 고위 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드러난 당국의 관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24일 중국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예칭(葉靑) 후베이성 통계국 부국장은 “관료주의는 바이러스처럼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며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하던 지난 1월 23일 우한(武漢)을 전격 봉쇄했다. 예 부국장은 우한 봉쇄 조처 이후 60일간 일기를 쓰며 그간의 상황을 기록해왔다.

예 부국장은 일기를 통해 코로나19 발병 초기 우한과 후베이성 지방정부가 보인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예 부국장은 지난 1월 11~15일 열린 후베이성 양회(兩會·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시 정치협상회의 위원들 가운데 마스크를 쓴 사람은 홍콩에서 온 위원들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한 봉쇄 당시 주택단지와 마트 등도 동시에 폐쇄했으면 상황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한 도시가 1월 23일 봉쇄된 것과 달리 주택단지 등에는 2월 17일에야 엄격한 봉쇄가 이뤄졌는데 그 기간까지 인구 유동이 많아 교차 감염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예 부국장은 “왜 우한과 후베이 지도자들이 바뀌었나? 의사 결정을 미뤘기 때문”이라면서 “그들은 중앙정부의 지침을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발병 시기에 우한에서 나타난 관료주의는 국가 전체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예 부국장은 이어 리원량(李文亮) 등 우한 의사 8명이 코로나19를 경고한 일은 관료주의에 도전한 사례라고 언급한 뒤, 지난 7일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한 주택단지를 시찰할 때 주민들이 “모두 거짓이다”라고 항의한 일을 예로 들며 우한 주민들도 관료주의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예 부국장은 우한과 후베이의 주요 관리들이 교체된 뒤 관료주의와 형식주의가 수정됐지만 일부 문제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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