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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선생님과 공부하고 친구 방도 구경하는 남곡초 온라인 교실

중앙일보

입력

고규환 교사가 학생들에게 '펭수 그리기' 주제로 수업하던 모습이다.

고규환 교사가 학생들에게 '펭수 그리기' 주제로 수업하던 모습이다.

지난 10일, 온라인 생방송 플랫폼인 구글 '행아웃 meet'에 교실 하나가 열렸습니다. "나도 펭수도 못 그렸어" "난 펭수는 그렸어" "얘들아 선생님 화면 보여?" 경기도 남곡초 남곡분교(선생님의 표현, 이하 남곡초) 고규환 선생님이 개학 연기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자 화상수업을 연 거예요.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 펭수를 그리고 서로의 안부도 물었죠. "야, 강태민 뒤에 라이언 뭐냐." "이거? 라이언 아니야. 브라운이야." 평소엔 서로의 방 구조, 알 수 없던 소지품 등도 화상수업을 하니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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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교육학회 소속인 고 교사는 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용해 개학 연기 상황을 대비했어요. "화상대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학교 일정을 주고받는 등 온라인을 이용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죠. 고 교사는 경기도 남곡초 인근 지역 확진자 동선을 구글 플랫폼에 기록해 학생들과 서로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시청에서 운영하는 공식 블로그에 게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확진자 동선을 학교 주변으로 작성, 등록할 수 있게 인근 지역 교사 등에게 안내하죠."

고 교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생들에게 '행아웃 meet' 이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고 교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생들에게 '행아웃 meet' 이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고 교사는 지난 5일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로 화상수업 교실을 이용할 수 있게 애플리케이션 설명을 공유했죠. "여러분의 스마트폰에 '행아웃meet'를 설치합니다. 용량이 큰 앱은 아니지만 설치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어요. '계속'을 누르면 두 가지 권한을 묻습니다. 첫 번째는 카메라 사용, 두 번째는 오디오 녹음 허용 여부입니다. 화상수업에선 너무 많은 사람이 얘기하면 알아듣기 쉽지 않죠. 기본적으로는 마이크 꺼두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마이크를 켜서 사용합니다." 교사가 직접 아이들을 만나 하나씩 행동을 지도하기 어려운 화상수업 특성 때문에 상세 설명을 영상으로 담아냈죠. 화상수업에는 여러 학생이 참여하기 때문에 동시에 말하는 상황 등이 벌어지면 원활한 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설명이에요. "학생들과는 지난 5일부터 매일 2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약 40분간 진행했습니다. 13일에는 보호자님도 화상수업에 등장해 인사하셨어요. 나날이 학생·보호자와 신뢰가 쌓이는 걸 느낍니다."

고 교사,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습이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근황을 물었다.

고 교사,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습이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근황을 물었다.

고 교사의 학생과 그 보호자가 화상수업에 참여했다.

고 교사의 학생과 그 보호자가 화상수업에 참여했다.

처음 진행한 수업은 학생들의 안부 확인이었죠. "열이 나는 곳은 없는지, 중국이나 대구 등에 다녀온 일이 없는지 등을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이 별다른 증상 없이 잘 지낸다는 것을 파악했죠. 아이들도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을 보니 기뻐하더군요." 고 교사가 말했어요.

그는 화상수업을 해야 했던 이유로 자신의 학교 특성을 꼽습니다. "시골 작은 학교예요. 아파트에 몰려 살지 않고요. 학생들은 드문드문 거주하는데, 코로나19로 더욱 격리된 거죠. 아이들이 상당히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던 것이 오래됐거든요. 방학이 1월 3일부터였던지라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학교에 못 나온 거잖아요. 주변에 즐길 것이 없는 촌락 지역이라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걸 더 간절히 바라죠." 학생과의 평소 신뢰 관계가 화상수업의 전제라며 학교 규모도 상세하게 설명했죠. "지난 2019년부터 이 학교에 있었지만 벌써 전교생을 파악할 만큼 학생 수가 적어요. 전교생의 형제 관계 등도 알 정도예요. 덕분에 화상수업 전 신뢰 쌓는 일은 비교적 수월했죠."

고 교사의 교실 사진이다. 개학이 미뤄져 텅 비었다.

고 교사의 교실 사진이다. 개학이 미뤄져 텅 비었다.

고 교사는 개학 연기 기간 경기도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2~3일에 한 번씩 출근해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했어요. 고 교사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한 교사들은 학생들과 클래스팅·밴드·카카오톡·이클래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교류했죠. 고 교사는 최근 외국어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 교육자 자격을 획득, 학생들에게 원격수업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죠. 플랫폼에 익숙한 교사들이 모인 스마트교육학회는 기기를 다루는 걸 어려워 하는 일선 교사를 위한 활동도 합니다.

스마트교육학회서 스마트 기기 활용을 어려워 하는 일선 교사들을 위해 안내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했다.

스마트교육학회서 스마트 기기 활용을 어려워 하는 일선 교사들을 위해 안내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했다.

조기성 스마트교육학회장(서울 계성초)에 따르면, 학회는 지난 16일부터 매일 7시 30분부터 40분씩(30분 강의, 10분 질의응답) 5일간 일선 교사 대상으로 생방송 연수를 했습니다. 온라인 학급 개설, 홈페이지 이용법 등이 어려울 교사 등을 위해 누구나 볼 수 있게 연수를 시행한 거죠. "저도 직접 나서기도 했고요. 현직 교사 중 온라인 플랫폼 등을 잘 아는 적임자를 섭외해 어려움을 느끼는 교사에게 생방송 연수를 하고 실시간 질문을 받는 등의 기획이었죠." 페이스북 '스마트교육학회' 그룹, 유튜브 공식 채널 '공익사단법인 스마트교육학회' 등에서도 볼 수 있죠. "코로나19 이후 일선 교사들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을 돕고자 만든 채널이죠. 매년 초 '페스티벌'을 진행하는데 코로나19로 이를 못하니 채널을 개설해 소통하려는 목적도 있죠." 학회는 학습 서비스 위두랑 등 온라인 학급 개설법 영상을 제작해 교육부 공식 유튜브 채널 등에도 공유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교육 등을 연구한 경력을 살려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에 적극 대응했죠. "교육기술 관련 기업 등에 지난 10년간 자문을 해오다 보니 관련 기술 등을 파악하고 있죠. 코로나19 대응해 교육부 e러닝과에 자문, 서울시교육청 태스크포스 등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관련 활동은 이어갈 생각입니다."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고규환(경기도 남곡초) 선생님 제공, 각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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