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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현역 71%, 친문 100% 살았다···"시스템 공천의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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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2일 4·15 총선 지역구 공천 결과에 대해 “시스템 공천, 혁신인재 공천, 탈계파 공천을 통해 우리 당 역사상 두 번째로 전(全) 지역구에 후보자를 내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공천의 가장 큰 특징은 시스템 공천을 통해 예측 가능한 공천을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시대 변화와 당원·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서 경선을 통한 자연스러운 현역 교체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윤호중(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21대 총선 공천 결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윤 총장, 소병훈 민주당 사무부총장. 변선구 기자

윤호중(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21대 총선 공천 결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윤 총장, 소병훈 민주당 사무부총장. 변선구 기자

하지만 윤 총장의 평가와 달리 당 안팎에서는 “지역구 공천이 당초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현역 의원 교체율은 28.5%(130명 중 37명, 문희상 국회의장 포함)에 그쳤지만, 현역 의원 생존율은 71.5%(130명 중 9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현역 의원은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민주당 특별당규 16조 3항)고 했지만,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 중 경선을 치른 이는 24명(25.8%)에 불과했다. 나머지 69명(74.2%)은 당내 경쟁자가 없거나, 도전자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는 이유로 단수 추천됐다.

윤 총장은 현역 교체율을 들어 “30%에 가깝다”고 했지만, 이는 불출마자 22명을 포함한 수치다. 전체 130명 중 15명만이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되거나 경선에서 탈락(11.5%)했다. 불출마자 중 사실상 컷오프 대상자였던 윤일규·이규희·이훈 의원 등 3명을 포함해도 18명이다. 특히 18명 중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김경수(왼쪽) 경남지사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의원은 2018년 6월 재보선에서 김 지사의 지역구였던 김해을에 출마, 당선됐다. [뉴스1]

김경수(왼쪽) 경남지사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의원은 2018년 6월 재보선에서 김 지사의 지역구였던 김해을에 출마, 당선됐다. [뉴스1]

친문 중 유일하게 컷오프됐던 김정호(김해을·초선) 의원은 해당 지역구가 ‘전략경선지역’으로 묶이면서 회생한 뒤 지난 20일 경선에서 승리했다. 이와 관련 윤 총장은 “경쟁자가 없어서 단수후보로 결정된 것이지, 당이 특혜를 준 게 아니다”라며 “친문 실세가 경선 없이 공천을 받았다는 언론의 지적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약속했던 여성·청년 공천도 후한 점수를 받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성의 경우 현행법이 정한 비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내세운 여성은 총 253명 중 33명(13.0%)이었다. 공직선거법 47조는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때 전국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원욱(왼쪽), 변재일 의원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원욱(왼쪽), 변재일 의원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청년 후보자는 전체 후보자 중 7.9%(20명)에 머물렀다. 여성·청년에 부여한 최대 25%의 가산점은 본인이 확보한 점수를 기준으로 환산해 적용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여성과 청년 후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어 아쉽다”며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청년·여성·장애인·신인이 더 진출할 수 있는 문을 넓히겠다”고 했다.

윤 총장은 이어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 공천관리위, 전략공천관리위, 재심위, 최고위 의결 등을 통해 어느 한 위원회가 공천을 주도하기보다 당내 여러 기구가 서로 견제와 균형 또는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다시 한번 검증할 수 있도록 해 탈락한 후보들도 공천 결과를 수용할 수 있게 한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가운데)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왼쪽)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앞은 공천 무효 단식 농성 중인 유승희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가운데)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왼쪽)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앞은 공천 무효 단식 농성 중인 유승희 의원. [연합뉴스]

한편, 윤 총장은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에 민주당 현역 의원이 당적을 옮기는 것과 관련해 “공개·비공개적으로 (당적 이동) 의사를 밝히고 계신 의원들이 있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몇 분인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한국당 소속 의원이 9명인 것으로 안다”며 “미래한국당 의석수 안팎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후보 20명은 지난 20일 민주당을 탈당, 시민당으로 당적을 모두 옮겼다. 이날 오후 민주당과 4개 소수정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 외 자체 후보 공모를 마감한 시민당은 이날 신청자 40명에 대한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추릴 예정이다. 순번은 24일 100여명의 선거인단 투표와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윤 총장은 이날 “(민주당 몫 순번을)11번부터 배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는데,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은 이날 “검증된 민주당 후보들이 전면배치 돼야 한다. 플랫폼 정당인 시민당이 자체 후보를 내는 것에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느냐”고 공개 반발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참가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3.22/뉴스1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참가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3.22/뉴스1

윤 총장은 이날 총선 이후 민주당과 합당 가능성을 시사한 열린민주당에 대해서는 “대단히 부적절한 창당과 공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천 절차를 중단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얼마 전에 우리 당 소속으로 출마하려고 했다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분에 대해서는 영구제명한다는 방침을 당에서 밝혔는데, 비례대표 후보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열린민주당으로 출마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이 당선돼 민주당 복당을 희망하더라도 불허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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