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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위했다"며 현장예배 강행···점검 나온 공무원에 고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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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임마누엘 교회 입구.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은 로비에서 손소독제를 바른 뒤 열화상탐지기를 거쳐 예배당으로 올라갔다. 2층 예배당 앞을 지키던 교회 직원들은 방문객들에게 방명록을 작성하게 했다. 직원들은 이 교회 교인임이 확인된 사람들만 예배당으로 들여보냈다.

3월 22일 오전 현장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 모습. [임마누엘 교회 제공]

3월 22일 오전 현장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 모습. [임마누엘 교회 제공]

평소 2000여명이 모인다는 예배당 안에는 마스크를 쓴 140여명의 교인이 듬성듬성 앉아있었다. 교회 관계자는 "의자를 격줄로 사용하고 장의자 하나당 2명씩만 앉게 해 2m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있다"며 "사실상 대중교통보다 안전하게 예배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9시부터 임마누엘 교회에 현장 점검을 나와 있던 송파구청 관계자는 "이 교회는 보건당국에서 정한 7가지 수칙들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예방수칙은 ▶입장 전 발열 확인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비치 ▶예배 시 2m 거리 유지 ▶교회 소독 ▶식사제공 자제 ▶참석자 명단 작성이다.

이 관계자는 "오늘 서울시는 오프라인 예배를 하는 모든 교회를 방문해 점검하는 중"이라며 "기왕이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당부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프라인 예배를 강행한 교회는 임마누엘 교회를 포함해 2200여 개다. 서울지역 전체 교회의 30% 수준이다.

3월 22일 현장점검 공무원들이 가지고 다닌 체크리스트. 편광현 기자

3월 22일 현장점검 공무원들이 가지고 다닌 체크리스트. 편광현 기자

"인터넷 못하는 고령 신도 위해 현장 예배 결정"

오프라인 예배를 강행한 교회들은 대부분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고령 교인들을 위해 현장 예배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임마누엘 교회 측은 "오프라인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든 고령자들이 많다"고 했다.

교인이 500명 정도 있다는 한 교회의 목사도 "연세가 있는 분들을 위해 온·오프라인 병행 예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목사는 "우리 교회는 70세 이상 고령 교인이 100명이 넘는다"며 "오늘 예배 온 37명도 대부분 70세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 교회 부목사는 "현장 예배를 중단하면 신앙이나 교회 프로그램들이 망가져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최대한 자제하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교회는 주일 대예배만 진행하고 나머지 예배와 소모임은 모두 중단한 상태였다.

"점검 지원 온 경찰 고발하겠다"는 교회도

한편 점검을 나온 공무원들과 충돌을 빚은 교회도 있었다. 공직선거법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목사가 이끄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이날 오전 11시에 '주일 연합예배'를 진행했다.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펜스를 치던 경찰에 항의하다 넘어진 시민. [사진 독자 제공]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펜스를 치던 경찰에 항의하다 넘어진 시민. [사진 독자 제공]

예배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9시30분. 교회 앞에 나온 경찰들은 점검반 공무원들이 지나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펜스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교인들은 "왜 이런 것을 설치하냐"며 펜스를 잡아 흔들었고 이 과정에서 한 교인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교인은 대기 중이던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교인은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또 이날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현장을 방문한 공무원들을 막아서며 "예배드리는 게 죄냐" "너희는 교회도 안 다니느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40명 정도 직원이 왔지만 충돌을 우려해 6명만 교회에 들어가 점검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제일교회 현장 점검 결과 인원이 많아 이용자 간 일정 간격을 유지하라는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밀집해서 예배를 봤기 때문에 시정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이렇게 할 경우 집회금지 명령 내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랑제일교회 측은 "적법한 절차로 지침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장두익 사랑제일교회 부목사는 "생명보다도 귀한 예배를 못 하게 하는 명분이 생길까 (코로나19 예방에) 신경을 쓴다"며 "우리는 1m 이상 떨어져 앉았고 마스크, 손소독제를 구비하고 발열 체크도 했다"고 해명했다.

장 목사는 "예배를 드리는 과정을 막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내일 기독자유통일당 차원에서 종암경찰서를 예배방해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편광현·정희윤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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