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국제회의 장소를 인천 송도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바꾼 녹색기후기금(GCF)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GCF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대응 지원을 위해 설립된 곳으로 2012년 송도에 유치됐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GCF는 이달 8~12일 송도에서 열려던 제25차 이사회 개최 장소를 제네바로 바꿨다. 이는 지난달 말 한국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는 걸 고려한 조치다. 당시에는 이탈리아를 빼고는 코로나19가 유럽에서 확산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의견은 별다른 반대 없이 수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제네바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GCF 직원 가운데 3명이 연이어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제네바 회의에 참석한 GCF 직원이 40명이어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네바 회의에 참석한 캐나다 국적 남성(50)은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17일 인하대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19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회의에 참석했던 감비아 국적 남성(57)도 16일 한국으로 돌아와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자가격리 기간 중인 17일에는 GCF 사무국이 있는 송도 G타워 12층과 15층을 방문했다고 한다. 또 필리핀 국적 50대 남성도 제네바 회의 참석 후 두바이와 필리핀에 들렀다가 16일 귀국한 뒤 코로나19 1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제네바 회의에 참석했던 GCF 직원 40명 가운데 21명은 송도로 돌아왔다. 나머지 19명은 재택근무를 위해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인천시는 GCF 확진자들의 밀접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면서 제네바 회의 참석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GCF를 포함한 15개 국제기구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는 G타워를 이날 긴급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강화했다.
G타워 폐쇄는 22일까지 예정돼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회의 장소도 송도에서 제네바로 바꿨는데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역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역 대응 수위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