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설립 자유 반해"…미래한국당 집행정지 각하한 법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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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집행정지 등록 신청을 제기했던 류효정 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자의 모습. [뉴스1]

미래한국당 집행정지 등록 신청을 제기했던 류효정 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자의 모습. [뉴스1]

서울행정법원은 류호정(28) 후보 등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8명이 미래한국당의 정당등록 효력을 보류해달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20일 각하했다.

서울행정법원, 정의당 집행정지 요구 각하

법원은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집행정지 신청인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설령 그 요건을 갖췄을지라도 정의당의 요구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8조에 위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설립은 위헌적"이라며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미래한국당 등록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각하된 집행정지 신청은 그 판결 전까지 법원에 미래한국당의 등록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법원의 각하 결정으로 미래한국당은 1심 판결 전까지 정당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원유철 신임 미래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원유철 신임 미래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원 각하결정의 두 가지 이유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가 각하 결정을 내리며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미래한국당 집행정지 신청인의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은 미래한국당의 설립으로 이들이 침해받을 법률적 이익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은 미래한국당의 설립으로 "정의당 후보들이 이번 총선에서 예상된 의석수보다 적은 의석수를 가져가게 돼 공무담임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례대표 후보들의) 당선가능성 등은 개별적·구체적 법률적 이익이 아닌 간접적·추상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썼다.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 이익을 침해받은 신청인만이 행정처분 신청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법원은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설령 신청인의 요건을 갖췄을지라도,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8조 등을 고려할 때 미래한국당의 등록 집행정지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인정한 헌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 논의를 주고하고 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맨 왼쪽)의 모습. 가운데는 윤관위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맨 오른쪽은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 논의를 주고하고 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맨 왼쪽)의 모습. 가운데는 윤관위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맨 오른쪽은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연합뉴스]

위성정당 옳고 그름 판단하진 않아 

법원은 판결문에서 정의당이 "미래한국당은 개정 선거법의 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이라 주장한 지점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헌법과 현행법상 정당 등록은 그 정당의 실체와 내용이 아닌 형식만 갖추면 받아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의당이 주장하듯 미래한국당의 설립 배경과 실체를 고려해 중앙선관위가 정당등록을 받아주는 건, 형식적 요건만을 요구하고 있는 기존 정당법에 반한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중앙선관위가 각 정당의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실질을 보고 등록을 해줄 경우 선관위가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집행정지 각하 결정으로 미래한국당 등록과 관련한 본안 판결에서 정의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있다.

정의당은 법원의 결정 뒤 "이런 사안에 대해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신청인이 될 수 없다는 재판부 논리라면 정당 등록과 관련한 사안은 어느 누구도 다툴 수 없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원이) 형식적 심사권에만 집중해 미래한국당이 헌법 및 정당법상 실체가 있는지, 헌법 질서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인지 침묵한 부분은 유감"이라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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