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수능 1~2주 미뤄지나…교육부 “모든 가능성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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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를 결정한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교문에 개학연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를 결정한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교문에 개학연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5주 연기된 가운데, 수시·수능 등 대입 일정 조정에 대한 교육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를 발표하면서 대입일정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대입 일정은 학사일정에 맞춰 조정해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더 미뤄질 수 있어서다.

수시·수능 등 조합하면 다양한 시나리오 가능 

교육계 안팎에선 개학일과 수시·정시 원서접수 기간, 수능 일정 등을 조합하면 최소 10개 이상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정대로 다음 달 6일 개학한다고 했을 때 수시만 1~2주 미루고 수능과 정시는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가능하다.

또 수시·수능은 1~2주 연기하되, 정시 일정만 그대로 가져갈 수도 있다. 수시·수능·정시 등 모든 대입일정을 예정된 것보다 1~2주 늦추는 방안도 있다. 개학이 이달 30일로 앞당겨지거나 4월 13일·20일로 늦춰졌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18일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개학 연기에 따라 수능 1~2주 연기를 포함한 9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수시·수능 등 대입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차관의 인터뷰 이후 교육부 주변에선 "수시가 일주일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돌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대입 일정 조정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 상황이 하루하루 변하고 있어 어떤 안이 유력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교사·입시전문가 "대입 일정 연기 불가피"

일선 교사들은 대입 일정의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특히 고교 교사들은 다음 달에 개학하면 수시 원서 접수 시작일(9월7일)에 맞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예정대로(8월 31일) 마감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고교는 통상 7월 초에 기말고사를 치르고 8월 말까지 학생부를 마감한다. 다음 달에 개학하면 기말고사가 7월 말로 늦춰지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부를 마감하고 학생이 검토·수정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24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2020.2.24/뉴스1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24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2020.2.24/뉴스1

올해부터는 교사들이 학생부의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을 모든 학생에게 써줘야 해 이전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통상 기말고사 성적이 나와야 교과별 세특을 작성할 수 있다”며 “7월 말에 기말고사를 치르고 8월 말까지 학생부를 마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5대 교원단체(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사노동조합연맹‧새로운학교네트워크‧실천교육교사모임‧좋은교사운동)도 전날 교육부와의 간담회에서 개학이 5주 연기된 만큼 대입일정도 최소한 일주일 이상 미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시전문가들도 대입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입일정을 그대로 두면 고3은 개학 후 내신시험과 모의평가, 비교과 활동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며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모든 일정을 2주 연기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도 “개학 연기로 재학생이 재수생보다 불리하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며 “수능 일정을 1~2주 정도 늦춰 재학생들이 공부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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