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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 "처음엔 왜 내가? 이제는 누군가 해야할 일, 으쌰으쌰 뭉쳤다"

중앙일보

입력

안동의료원으로 파견 지원을 간 오성훈 간호사(28). [오성훈 제공]

안동의료원으로 파견 지원을 간 오성훈 간호사(28).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 지역을 강타할 무렵, 스타트업 대표인 오성훈(28)씨는 서랍 속 간호사 면허증을 꺼냈다. 2018년까지 전남대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파견 지원서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 보내달라"고 적었다. 지난달 29일부터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일주일 근무했다. 이후 6일부터 안동의료원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웹툰 작가이기도 하다. 코로나 현장을 담은 그림일기를 연재한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19일 차 근무를 마치고

오늘은 이브닝 근무다. 날씨가 제법 풀렸다. 이제 정말 봄이 오나 보다. 풀린 날씨 때문일까. 전국적으로 코로나 확산세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곳 의료원도 135명의 확진 환자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수가 90명 정도까지 줄었다. 최근까지 3개 병동을 운영하다가 환자가 감소하여 2개 병동으로 통합했다.

어쩐지 근무 투입 후 처음 보는 환자가 많았다. 다른 병동에서 새로 온 환자분들에 대한 건강 상태 및 정보에 대해 인계를 받았다. 남은 기간 이분들을 잘 간호해야겠다며 서로 의지를 불태운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1월 20일경 선별 진료소를 시작으로 이곳 의료원이 코로나 사태를 맞이 한지가 어느덧 2달째이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웃으며 일하지만, 처음엔 이곳 분위기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기존 의료원 간호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솔직히 내가 왜 이 위험한 일을 해야 하지?’ ‘만에 하나 나도 감염이 되지는 않을까’ ‘내가 매개체가 되어 남에게 피해를 줄까 봐 하는 게 무섭다’ 는 생각을 대부분 가졌다고 한다.

확진자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힘을 모으지 않으면 이 사태에 국민이 모두 패닉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모든 직원이 힘을 모아 이 사태를 잘 이겨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렇게 장기화할 거 같은 코로나와의 전쟁의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제는 서로 배려하고 어떻게든 즐겁게 일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이 사태를 맞이하는 법에 대해 배워간다. 처음의 부정적인 생각이 이제는 오히려 우리를 더 똘똘 뭉치게 한다. 모두가 힘을 모아 ‘으쌰으쌰’ 나아가게 한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우리를 또 힘 나게 하는 건 국민들이 보내주시는 응원과 후원이다. 오늘도 오미자 음료, 도시락, 한방차까지 다양하게 후원 물품이 들어왔다. 후원 물품엔 어찌나 정성스레 응원 글귀를 적어 보내주시는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몸은 지치지만, 마음은 훈훈해진다. 이들의 대가 없는 나눔과 함께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려 하는 모습에 대한민국 국민이 자랑스러워진다.

정리=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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