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복이.”
여자배구 KGC인삼공사 공격수 #832점으로 압도적 득점 1위 달려 #남자부 득점왕 비예나보다 많아 #KOVO, V리그 종료 결정 못 해
여자배구 KGC인삼공사 라이트 발렌티나 디우프(27·이탈리아)에게 ‘한국 이름이 있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신인 정호영(19)이 디우프를 ‘김인복’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에 ‘인삼공사 복덩이’라는 뜻의 이름을 결합했다. 디우프가 복덩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인삼공사에서 한 명도 없다. V리그 득점 1위를 달리며 꼴찌로 처질 뻔한 팀을 4위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디우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26경기에서 832득점을 올렸다. 득점 2위 메레타 러츠(GS칼텍스·678점)와 격차가 상당히 큰 1위다. 심지어 5경기를 더 치른 남자부 1위 안드레스 비예나(대한항공·31경기·786점)보다 많은 득점을 올렸다.
디우프는 2m2㎝의 신장을 이용해 높은 타점에서 스파이크를 때린다. 손목을 틀어 블로킹을 피해 때리는 기술도 뛰어나다. 디우프의 공격력이 워낙 뛰어나 팀내 공격 점유율은 무려 45.33%에 이른다.
때문에 팬들은 디우프의 체력 저하와 부상을 걱정한다. 그러나 디우프는 “나는 괜찮다. 그게 내 역할(I’m OK, That’s my job)”이라며 “나는 아포짓(라이트 공격수)이다. 관리 방법을 잘 알고 있고, 훈련할 때부터 팀에서 체력 안배도 신경 써준다”고 말했다.
팀 스타일에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 이영택 KGC인삼공사 감독은 지난달 부임 후 디우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애썼다. 디우프는 “이쌤(이 선생님·이영택 감독을 부르는 애칭)의 훈련방식이 좋다. 스파이커와 세터의 관계가 좋아지도록 도와준다”며 “심리적인 부담감도 덜어준다. 동료들의 공격 비중이 늘어났다. 덕분에 우리 팀은 지난달 5연승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5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디우프는 “정말 기뻤다. (MVP가 되도록 열심히 홍보해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탈리아와 브라질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디우프는 한국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에서 뛰는 건 처음이지만, 전부터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있어 여행을 많이 다녔다. 한국에서 꼭 뛰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도 남편인 마르코가 옆에 있다”며 웃었다.
마르코는 인삼공사 배구단의 사진 촬영을 맡고 있다. 디우프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사진도 모두 남편 작품이다. 마르코는 “고교 때부터 사진을 전공했다. 바티칸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유적을 찍기도 했다. 인삼공사 구단의 배려로 계속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다”며 “나와 아내는 한국 문화와 생활, 리그에 모두 만족한다”고 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디우프는 사투리도 쓴다. 목포 출신 염혜선(29)에게 “워매, 힘든 거”라는 말을 배웠다. 그는 "제일 많이 하는 한국말은 (경기 중 동료들에게 공의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쓰는)가운데, 왼쪽. 오른쪽이다. 아, 연타 페인트란 말도 많이 한다"고 웃었다. 아버지가 세네갈 출신인 디우프는 "친지들은 지오프, 이탈리아에선 디우프, 브라질에선 지우프라고 불렸다. 그런데 한국에선 '발렌'이나 '인복이'라고 부른다. 재밌다"며 "인복이란 이름은 영광스럽다. 정말 기분좋다"고 했다.
무관중 경기를 경험한 디우프는 "팬들은 7번째 선수다. 홈 경기 때 응원에 많은 힘을 얻었는데, 아쉬우면서도 어색하다"며 "이탈리아와 브라질도 배구 인기가 많지만 한국 팬들은 정말 열정적이다. 나는 늘 핫팩을 달고 사는데 그걸 알고 매번 선물해주는 팬도 있다"며 고마워했다.
최근 이탈리아 리그 4위 팀인 노바라가 디우프를 영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현지에서 나왔다. ‘인복이’를 빼앗길 위기다. 이영택 감독은 “디우프를 꼭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디우프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프로답게 말했다.
한편 한국배구연맹(KOVO)은 19일 이사회를 열어 리그 재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규시즌은 현재 24경기(남자 14경기, 여자 10경기)가 남아있다. 연맹은 늦어도 4월 14일에는 리그를 종료할 계획이다. 조원태 KOVO 총재는 “구단마다 입장이 달랐다. 추후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며 “정규리그만 치르거나, 포스트시즌만 진행할 수도 있다. 완전한 시즌 종료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