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코로나로 소득 끊긴 임차인 3개월간 강제 퇴거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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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응 수단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응 수단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주택 임차인의 강제 퇴거를 막는 내용의 비상법안을 내놓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면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영국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비상법안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더라도 최소 3개월 동안은 집에서 쫓겨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비상법안은 19일 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정부가 정한 기간 동안 주택 임대인은 어떤 이유로든 임차인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없고, 임차인은 임대료 납부를 3개월까지 연기할 수 있다.

지난 17일 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3개월 동안 유예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가계와 기업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며 “3300억 파운드(약 496조원) 규모의 대출 보증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로버트 젠릭 영국 주택장관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은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임대료·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걱정하는 비상시국”이라며 “어떤 임차인도 소득을 잃고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고, 어떤 임대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에 직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내 주거권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조치를 환영했다. 불량주택·노숙인 지원단체 셸터는 “이런 결정적 조치가 없었다면 수만 명의 임차인들이 몇 달 안에 퇴거할 위기에 처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에게 큰 안도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디언은 이번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며,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대출 상환 연기가 아닌 임대료 유예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런던임차인연합(LRU)은 “정부가 임대인의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유예한 것처럼 임대료 납부도 유예해야 한다”며 “임대료 부담이 남아있는 한 코로나19 사태 종식은 새로운 퇴거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력해 각자의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상환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임대인의 동정심을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8일 오전 9시 기준 사망자는 104명으로 전날보다 32명이 늘었고, 누적 확진자는 676명이 추가돼 2626명이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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