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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2중대, 후지다" 민생당 대표는 '초록 점퍼' 벗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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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점퍼를 입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화(가운데) 민생당 공동대표와 당 점퍼를 입은 박주현(오른쪽) 민생당 공동대표. 오종택 기자

당 점퍼를 입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화(가운데) 민생당 공동대표와 당 점퍼를 입은 박주현(오른쪽) 민생당 공동대표. 오종택 기자

#1.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는 18일 오전 9시에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당 점퍼’를 입지 않은 채 참석했다. 항의의 표시였다. 전날 자신의 의견과는 다르게 ‘반쪽짜리 의원총회’를 거쳐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반면 비례연합 참여를 주장하는 박주현 공동대표는 초록색 당 점퍼를 입었다. 이날 두 명의 공동대표는 최고위가 진행되는 동안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2. 김 대표는 최고위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례연합정당에 관심 있는 의원들이 있다면 결기 있게 탈당하시길 바랍니다. 민주당 2중대가 되기 위해 3당이 통합한 게 아닙니다. 그렇게 후지게 정치하는 걸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성토했다.

#3. 박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긴급 최고위를 다시 소집했다. 비례연합당 참여를 의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좌석에 앉은 최고위원들 뒤편으론 바른미래당계 당직자 10여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친문연합정당 참여 결사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 대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이라며 울먹였다. 이를 본 민생당 관계자는 “기삿거리를 던져주네. 당이 망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혼잣말을 했다.

내분으로 치닫는 민생당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민생당은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민생당 한 의원은 “당의 공동대표 한 명(유성엽 의원)은 아예 당무를 보이콧하고 있고, 공천관리위원회는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총선 팬더믹'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당 최고위에선 격한 고성이 오갔다. 바른미래당계(참여 불가)와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계(참여)의 다툼 때문이었다. 비공개 최고위에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회의를 하지”,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등이 쏟아졌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연합 정당과 관련한 의결을 마친 채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 [연합뉴스]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연합 정당과 관련한 의결을 마친 채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 [연합뉴스]

결국 박 대표는 유성엽·김정화 공동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별도의 최고위에서 비례연합 참여를 의결했다. 이날 오후 7시 두 공동대표 없는 최고위를 다시 열어 당 공관위와 선대위 관련 안건도 의결했다. 하루에 세번의 최고위가 연이어 열린 건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박 대표는 “각 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평화당계) 추천을 받아 내일 오후 2시 최고위에서 공관위 구성을 완료하기로 했다”며 “선대위도 내일 구성이 완료돼야 한다. 선대위가 출범하면 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 선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계는 의결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 대표로 등록한 김정화 공동대표만이 최고위 소집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당을 조국수호 플랫폼에 팔아넘기는 행위"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계 의원들이 비례연합 참여의 명분은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지원이다. 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연합정당 참여를 통해) 미래당·기본소득당·녹색당, 그리고 민생당 합당 후 우리가 연대 대상으로 지목한 시대전환·규제개혁당·소상공인그룹이 원내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걸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희종 '시민을 위하여' 창당준비위 공동대표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을 위하여,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와 인권당 및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했다. [뉴스1]

우희종 '시민을 위하여' 창당준비위 공동대표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을 위하여,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와 인권당 및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했다. [뉴스1]

의석수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생당은 2% 안팎의 정당 지지율이다. 이대로라면 비례 의석 배분의 최소 정당득표율인 3%를 넘기지 못해 한 석의 비례 의석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비례연합에 참여할 경우 민생당은 원내정당인 터라 3~5석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정화 공동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40만 당원과 다당제 연합정치로 정치개혁·국회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을 외면하고 (당을) ‘조국수호 시민플랫폼’을 앞세운 비례민주당에게 팔아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택한 비례연합정당 ‘시민을위하여’는 친문(친문재인)·친조국 성향의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이 주축이다. 이들은 지난해 ‘조국 수호’를 내걸고 서초동 집회를 주도했다.

바른미래당계는 비례연합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선거 전략상 더 낫다는 입장이다. 현재 18석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에 민생당은 정당투표 용지에서 기호 1번을 받는다. 또한 비례후보를 내지 못하는 통합당과 민주당과 달리 각종 광고와 토론회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민생당의 차별점이다.

정진우·석경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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