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의 '빨간공 시뮬레이션' 결론 "사회적 거리두기 가장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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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가 사회적으로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5월까지 미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1억 명에 다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인구 약 3억1000만명의 3분의 1이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다.

자연 상태에선 미국 확진자 최대 1억명 #지역 봉쇄는 결국 구멍 생겨 큰 효과 없어 #초기 확산 막는 감염자 '커브 평탄화'가 관건

확진자 자연 증가 상태 시뮬레이션…기하급수적 증가  

14일(현지시간) WP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발병이 왜 지수적으로 증가할까? 그리고 어떻게 확진자 증가 곡선을 평탄화할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 모형이 지수 그래프와 닮아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수 그래프는 로그함수 그래프를 뒤집은 모양으로, 갈수록 기울기(증가세)가 커지는 모양이다.

WP는 "전문가들은 이런 지수형 커브를 우려해 왔다"며 "만일 이런 식으로 3일마다 수치가 곱절이 되면 5월쯤엔 미국 내 확진자가 1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그린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곡선.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2일부터 3월 초까지는 증가세가 크지 않았으나, 3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급속히 확진자가 늘어 3월 13일에 2000명을 넘어섰다. 전형적인 지수 함수 그래프 모양이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워싱턴포스트가 그린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곡선.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2일부터 3월 초까지는 증가세가 크지 않았으나, 3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급속히 확진자가 늘어 3월 13일에 2000명을 넘어섰다. 전형적인 지수 함수 그래프 모양이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션 시뮬레이션도 선보였다.

작은 사각형 안에 공을 수십 개 풀어놓고, 이 공들이 서로 움직이면서 얼마나 접촉하게 되는지를 그래픽으로 만든 것이다. 공은 사람, 접촉은 바이러스 감염을 의미한다. 파란 공은 감염되지 않은 공이고, 빨간 공은 감염된 공, 분홍색 공은 회복된 공이다.

만일 자연 상태라면 모든 공은 분주히 움직이면서 서로를 감염시키게 된다. 이때 감염 속도는 회복 속도보다 훨씬 빠르고, 감염된 공이 계속 돌아다니기 때문에 초기 감염률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결국 모든 공이 한 번씩 감염된 후 회복 과정을 거쳐 항체가 생긴 후에야 전염병은 종식된다.

어떤 격리 조치도 없을 때 확진자가 자연 확산하는 모습. 이 경우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빨간 공이 확진자, 파란 공이 건강한 사람, 분홍색이 회복된 사람이다. 그래프가 절반 가까이 완성된 상황에서 이미 대부분의 공이 감염되거나 회복된 상태인 걸 확인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어떤 격리 조치도 없을 때 확진자가 자연 확산하는 모습. 이 경우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빨간 공이 확진자, 파란 공이 건강한 사람, 분홍색이 회복된 사람이다. 그래프가 절반 가까이 완성된 상황에서 이미 대부분의 공이 감염되거나 회복된 상태인 걸 확인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어떤 격리 조치도 없을 때 확진자가 자연 확산하는 모습. 이 경우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자연 상태에서 전염병이 종식되려면 모든 사람이 감염된 후 면역력을 갖게 될 때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어떤 격리 조치도 없을 때 확진자가 자연 확산하는 모습. 이 경우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자연 상태에서 전염병이 종식되려면 모든 사람이 감염된 후 면역력을 갖게 될 때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빠져나간 빨간 공 한 개, 집단 감염은 순식간

WP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역 봉쇄는 전염병 억제에 큰 효과가 없었다. 두 번째 시뮬레이션에는 사각형 틀 안에 장벽을 설치했다. 그러자 장벽 안쪽에 있던 공들이 순식간에 전부 감염됐고, 이후 틈새를 통해 빠져나간 빨간 공 몇 개가 나머지 구역에 있던 공들을 빠르게 감염시켰다. WP는 "보건 전문가들의 말대로 병에 걸린 이들을 건강한 이들로부터 완벽히 격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됐다"고 분석했다.

지역적 봉쇄 조치를 할 경우 먼저 격리 구역 내 전원이 감염되고, 이 중 한 명이라도 격리 구역을 벗어나면 청정 구역 역시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된다. 모셥에서 파란 공은 건강한 사람, 빨간 공은 감염자, 분홍 공은 회복한 사람을 나타낸다. 이 사진에서는 봉쇄망이 뚫리면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봉쇄 지역은 모든 공이 한번씩 감염된 뒤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지역적 봉쇄 조치를 할 경우 먼저 격리 구역 내 전원이 감염되고, 이 중 한 명이라도 격리 구역을 벗어나면 청정 구역 역시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된다. 모셥에서 파란 공은 건강한 사람, 빨간 공은 감염자, 분홍 공은 회복한 사람을 나타낸다. 이 사진에서는 봉쇄망이 뚫리면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봉쇄 지역은 모든 공이 한번씩 감염된 뒤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지역적 봉쇄 조치를 할 경우 격리 구역 내 전원이 감염되고, 이 중 한 명이라도 격리 구역을 벗어나면 청정 구역 역시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된다. 이 사진은 시뮬레이션이 끝나기 직전 상황을 캡처한 것인데, 봉쇄를 하지 않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공이 감염되거나 회복된 상황임을 알 수 있다.[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지역적 봉쇄 조치를 할 경우 격리 구역 내 전원이 감염되고, 이 중 한 명이라도 격리 구역을 벗어나면 청정 구역 역시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된다. 이 사진은 시뮬레이션이 끝나기 직전 상황을 캡처한 것인데, 봉쇄를 하지 않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공이 감염되거나 회복된 상황임을 알 수 있다.[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리애나 웬 볼티모어 보건 위원회의 전 의장은 1월 WP와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도시에서 일하면서 이웃 국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들의 가족과 떨어져 있으려고 할까. 모든 도로를 다 봉쇄할 수 있을까"라면서 봉쇄 조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로렌스 O. 코스틴 조지타운대 국제보건법 교수도 "이런 식의 봉쇄는 매우 드문 데다 결코 효과적이지 않다"고 의견을 보탰다.

공 움직임 멈추니 전염병 확산도 멈춰  

WP는 확진자 증가세를 완화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시했다. WP는 "보건당국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모임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만일 사람들이 덜 움직이고 다른 사람과 덜 상호작용한다면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를 시험하는 시뮬레이션도 했다. 이번에는 사각형 안 공들 중 일부만 움직이도록 설정했다. 전체 공의 4분의 1만 돌아다니도록 했을 때와 전체 공의 8분의 1만 돌아다니도록 했을 때를 비교했다. 전체 공이 돌아다닐 때보다는 전체 공의 4분의 1만 돌아다닐 때가, 또 그보다는 전체 공의 8분의 1만 돌아다닐 때가 더 전염병 확산 속도가 느리다는 걸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경우(전체 공의 8분의 1만 이동 가능)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대부분의 공이 제자리에 고정돼 있어 확산세가 느리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 않고 사회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만 늘어난다. 여기서 빨간 공은 확진자, 파란 공은 건강한 사람, 분홍색은 회복된 사람을 뜻한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경우(전체 공의 8분의 1만 이동 가능)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대부분의 공이 제자리에 고정돼 있어 확산세가 느리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 않고 사회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만 늘어난다. 여기서 빨간 공은 확진자, 파란 공은 건강한 사람, 분홍색은 회복된 사람을 뜻한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초기 확산 잡는 ‘커브 평탄화’가 관건  

이런 확산 속도를 그래프로 표시해 보면, 앞서 보건 전문가들이 그토록 강조하던 ‘커브 평탄화’가 보인다. 커브 평탄화는 전염병 확산을 초기에 최대한 억제해서 의료 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 내로 통제하는 방식이다.

일단 초기에 감염자 수가 급증할 경우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해 불가피하게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커브 평탄화를 통해 전체 감염자 수가 통제될 경우 감염병은 사회 전체로 퍼지지 않고 완치가 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가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그래프로 그린 것. 첫번째 그래프부터 순서대로 설명하면 이렇다. 자연 발생적으로 놔두었을 때(모든 공이 돌아다닐 때)는 그래프 기울기가 크고 뾰족한 종모양이다. 두번째 봉쇄를 시도한 경우엔 초반에는 제한적으로 증가하다가 결국 전체적으로 수가 급증했다. 세번째 약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자(전체 공의 4분의 1만 이동) 그래프가 완만한 언덕 모양으로 바뀌었다. 강력한 거리두기를 시행하자(전체 공의 8분의 1만 이동) 그래프는 완전히 납작한 종 모양이 됐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워싱턴포스트가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그래프로 그린 것. 첫번째 그래프부터 순서대로 설명하면 이렇다. 자연 발생적으로 놔두었을 때(모든 공이 돌아다닐 때)는 그래프 기울기가 크고 뾰족한 종모양이다. 두번째 봉쇄를 시도한 경우엔 초반에는 제한적으로 증가하다가 결국 전체적으로 수가 급증했다. 세번째 약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자(전체 공의 4분의 1만 이동) 그래프가 완만한 언덕 모양으로 바뀌었다. 강력한 거리두기를 시행하자(전체 공의 8분의 1만 이동) 그래프는 완전히 납작한 종 모양이 됐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다만 WP는 "이 시뮬레이션은 물론 현실과 다르다"면서도 "현실에서 전염병이 사람 간의 접촉을 통해 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모형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시뮬레이션에서는 사망률이 반영되지 않았는데, WP는 "아직 확실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사망률이 반영된다면 시뮬레이션에서 일부 감염된 공들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란 뜻이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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