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9000명 왔는데 1000명도 안 온다” 경주도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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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봄이면 제철 미나리를 맛보기 위한 관광객으로 붐비는 경북 청도군. 지난 주말(14일) 찾은 청도군의 한 미나리 식당은 한산했다. 식당 관계자는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한 테이블밖에 받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도군에 따르면 올해 미나리 판매량은 평년보다 80% 급감했다.

경북도, 카드사 매출 데이터 분석 #코로나에 대구 42% 경북 27% 급감 #관광객 끊기고 외출·쇼핑 자제에 #호텔·콘도 매출은 68% 뚝 떨어져

벚꽃으로 유명한 경주시도 울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 주말(지난달 15∼16일)에 관광지인 ‘동궁과 월지’를 찾은 관광객은 9200명. 하지만 2주 뒤 주말(지난달 29∼3월 1일)에는 808명으로 뚝 떨어졌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대구·경북 경기가 바닥이다. 대구 중앙로역 지하상가는 절반가량이 문을 닫은 상태다. 대구의 핵심 상권인 수성구의 유동인구는 3주 만에 85% 급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빅데이터센터의  ‘코로나 19 사태 관련 소상공인 시장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9일부터 확진자가 쏟아지던 29일까지 대구 수성구의 인구 유동량은 10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소상공인 매출 감소 폭도 80%에 이른다고 분석한다.

대구·경북의 경기 침체는 카드사 매출로도 확인된다. 경북도는 지난 15일 “코로나 19 확산이 지역 소비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카드사 가맹점 매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구와 경북의 3월 1주차 카드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42%, 27% 급감했다”고 밝혔다.

전국 평균으로는 신용카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어든 가운데 경북도 내 시·군별로 보면 청도군의 소비 감소율이 가장 높다. 대남병원 등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한 청도군은 전년 대비 소비가 44% 감소했다. 이어 안동시 40%, 경산시 36%, 구미시 34% 순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의 경우 울산시 23%, 부산시 23% 감소 등으로 대구·경북 외 지역의 타격도 상당했다.

업종별로 봤을 때 경북도의 경우 숙박업의 타격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빅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년 전보다 숙박업(호텔·콘도) 매출이 68% 급감했다. 이어 패션·잡화업도 63% 감소했다. 코로나 19 이후 경북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 시민들이 외출과 쇼핑을 자제하고 있어서다. 경북도내 극장·서점·스포츠 등 문화·여가 관련 업종도 카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1% 급감한 가운데 식음료서비스(F&B) 51%, 가전가구는 40%까지 소비가 줄었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코로나 19로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의 피해가 큰 만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와 경북 3개 시·군(경산·청도·봉화)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에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러나 3월 첫 주 카드매출을 보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은 안동이 -40%, 구미가 -34%로, 특별재난지역인 대구(-42%)나 경산(-36%)과 다를 바가 없다.

대구와 경북이 경제공동체인 만큼 추경을 통해 경북도 전체의 경제 피해에 대한 긴급 구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임대료도 못 내서 절절매고 있다. 이분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추경을 확보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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