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쉬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화물기로···"조원태 아이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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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로 화물 운송 나선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긴급 구호물품 수송에 사용했던 A330 항공기.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긴급 구호물품 수송에 사용했던 A330 항공기.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승객 없는 여객기를 운휴 노선 화물 소송을 위해 띄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수출입 기업을 지원하고 비행기가 서 있으면 내는 공항 주차 비용도 줄이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부터 베트남 호찌민 노선에 20여t의 화물 수송이 가능한 여객기(에어버스330-300)를 투입했다”고 15일 밝혔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긴급 물량을 현지에 운송하고, 한국으로 오는 농산물을 비행기로 수송하기 위해서다.

인천~호찌민 노선은 대한항공이 지난 3일부터 운항을 중단한 노선이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발 입국자 대상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고, 입국자를 14일간 지정한 시설에서 격리하면서 내린 조치다.

호찌민·칭다오 등 운휴 노선에 투입

대한항공은 운항을 중단한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서 화물 수요 변화에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여객기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칭다오에도 오는 21일부터 여객기를 투입해 화물을 수송하는 등 여객기가 투입돼 화물을 운송하는 지역과 품목도 늘려갈 예정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현재의 비상 상황에서 항공기가 운항하면 항공기 주기료(공항 주차비용)를 아끼는 효과가 있다. 항공 기종·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항공기 1대당 하루 평균 주기료는 89t 항공기가 44만원, 65t 항공기가 32만원 수준이다. 서 있기만 해도 이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항공이 베트남 노선에 투입한 A330 여객기에 화물을 투입하고 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베트남 노선에 투입한 A330 여객기에 화물을 투입하고 있다. [사진 대한항공]

국제선 여객 운항 86% 줄자 대책 마련

외교부에 따르면 15일 오전 9시 기준 한국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총 136개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도 기존에 운항하던 124개 노선 중 89개 노선에서 운항을 중단한 상황이다. 항공 수요 감소에 따른 감편으로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평소 대비 86% 줄었다. 여객기가 발이 묶임에 따라 여객기를 통한 화물 수송도 감소한 상태다.

한편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회의에서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하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자”며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지난 2009년 여객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조원태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발 항공여객 수요가 대폭 감소하자, 인천을 거쳐 제3국으로 여행하는 환승 수요를 유치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2009년 전 세계 주요 항공사가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시 대한항공은 영업 흑자(1334억원)를 기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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