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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이어 수도권서도 집단감염···“개학 추가연기” 들끓는 여론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초등학교 한 교실에서 방역 요원들이 책걸상을 소독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초등학교 한 교실에서 방역 요원들이 책걸상을 소독하고 있다.[연합뉴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38·서울 은평구)씨는 이달 23일 학교가 개학해도 아이를 보내지 않을 작정이다. 여전히 전국 각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라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불안하다는 이유다.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이씨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이씨는 “학교는 집단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감염이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며 “아이들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는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개학을 미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학부모 "개학 추가 연기 필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의 개학이 이달 23일로 미뤄졌지만, 일부 교사‧학부모 사이에서 추가 연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 2일이었던 개학을 지난 9일과 이달 23일로 두 차례 연기했다. 하지만 이후 대구·경북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연이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전북 임실군 임실읍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마스크 착용법을 배우고 있다. [뉴스1]

지난 6일 전북 임실군 임실읍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마스크 착용법을 배우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 확진자 1명이 학생·교직원 수백 명을 감염시킬 수도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전될 때까지 개학을 연기하는 게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초2 딸을 둔 김모(37·서울 송파구)씨는 “만약 개학을 예정대로 했다가 우리 애가 감염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프랑스처럼 무기한 개학연기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개학이 예정대로 이뤄져도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씨처럼 자녀를 학교에 보내길 꺼리는 학부모가 많아서다.

개학 추가 연기 국민청원 봇물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긴급돌봄교실 참여율이 저조한 게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대변한다”며 “정상 등교해도 대부분 학생이 현장학습체험서를 제출하고 결석할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학연기 국민청원

개학연기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개학 연기 관련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개학을 연기하고 휴업단계를 3단계로 올려달라”는 청원에는 현재 7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청원자는 “신종플루 때 한 반의 학생 절반 이상이 감염됐었다”며 “코로나19는 치료약도 없어 학생들이 집단감염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총과 각종 학부모 단체도 “코로나19의 학교 내 확산을 막기 위해 개학을 추가로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추가 휴업하면 대입·학사일정 등 문제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휴업을 무기한 이어갈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개학을 연기하려면 올해 1학기는 휴업해야 하는데, 대입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며 “휴업 장기화로 입시 일정이 바뀌면 또 다른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교급 별로 개학 기간을 다르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교급 별로 개학기간을 다르게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며 “입시 일정이 빡빡한 고3 등 고교가 먼저 개학하고, 초·중학교는 좀 더 연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매탄초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점검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매탄초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점검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 다음주 추가 연기 여부 결정

교육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추가 개학 연기 가능성에 대해 ”우선 23일 개학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 등의 의견을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23일 이후의 개학 연기는 지역에 따라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형평성 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교육부는 다음 주 중에 개학 추가 연기 여부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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