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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로나 동향 독감처럼 감시한다더니…한 달째 감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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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건당국이 추진하기로 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동향 감시 방안의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유행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전국적인 감시망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확진 환자 증감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수치일 뿐 실제 동향을 보려면 이런 감시망을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면적 수치보다 실제 동향 중요 #전문가들, 전국적 감시망 구축 촉구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15일 인플루엔자(독감) 표본감시체계를 활용해 코로나19 동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당시 “장기적인 유행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며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활용해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에 대한 감시망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지난달 17일 이런 방침을 밝혔다.

인플루엔자 표본감시체계는 전국 200여곳의 표본 의료기관이 주기적으로 인플루엔자 의심증상 사례를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이 중 52개 의원급 의료기관은 검체를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낸다. 여기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8종의 호흡기 바이러스를 검사해 주간 단위로 유행 동향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을 조기에 찾아내고 전국 동향을 파악한다. 현재 코로나19 환자 증감 수치가 집계되고 있지만, 대구·경북 환자 비중이 절대적이라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 본부장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 감시체계에 코로나19 검사를 추가하는 것을 검토했는데 참여 의료기관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본부의 다른 관계자는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를)해야 하는데, 과부하가 걸려 하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질병본부는 인플루엔자 감시망 대신 13개 전국 병원의 중증 호흡기 증상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된 게 몇 건 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감기처럼 지역사회에서 계절적으로 유행할 수 있는 만큼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도 독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중앙임상위원장)은 “방역은 데이터로써 근거를 갖고 해야 하는데 전국 상황을 볼 기초자료가 없다”며 “체계적으로 전국 (확진자)규모에 대해 샘플링(표본조사)을 해 유행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표본 감시망으로 못 한다면 선별진료소 방문자의 양성률 데이터라도 파악해 유행을 예측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인플루엔자 표본감시체계가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전국 감시망이기 때문에 선제적 방역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며 “(지난달 15일)계획을 발표했을 때 해야 했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전시라 큰 효과를 보기도 어렵고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소 잠잠해지면 구석구석의 확진자 조기 발견을 위해서라도 감시망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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