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약 봉투에 담아 주던데요" 줄서서 산 공적마스크 찝찝

중앙일보

입력

A씨가 받은 마스크 사진(왼쪽)과 인터넷 맘 카페에 올라온 글. 두 사진은 관계 없음. [사진 인스타그램, 네이버 캡처]

A씨가 받은 마스크 사진(왼쪽)과 인터넷 맘 카페에 올라온 글. 두 사진은 관계 없음. [사진 인스타그램, 네이버 캡처]

“보는 앞에서 마스크를 꺼내주는 것도 아니고 미리 소분한 마스크를 주던데요. 저걸 어떻게 소분해서 담았는지 모르니까 찝찝하죠. 손은 씻었는지 약사가 직접 담았는지 궁금한 게 많았어요.”

서울 강동구에 사는 A씨(여)는 공적 마스크 판매가 5부제로 전환한 첫날인 지난 9일 집 근처 약국으로 가 마스크를 샀다. A씨가 받은 마스크는 투명 비닐 포장지 안에 들어 있었다. A씨는 “언제 어떻게 담았는지도 모르는 마스크를 팔아서 찝찝했다”며 “받은 마스크는 소독기에 돌려쓸 것”이라고 말했다.

“비닐봉지라 불안" VS "장갑 낀 약사라 안심"

시민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앞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시민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앞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가운데 마스크 판매 방식이 약국마다 각각 달라 일부 시민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개별 포장이 안 된 채 5개입·10개입 등 묶음 포장이 돼 있는 마스크가 입고되는 약국들은 1인당 2매라는 수량을 맞춰야 하니 마스크를 직접 소분해 판매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담아주는 봉지는 비닐 포장지, 일회용 위생봉투, 약 봉투 등 제각각이다. 이렇게 소분된 마스크를 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위생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B씨는 “개별 포장 마스크도 아니고 비닐봉지에 담긴 마스크를 주면서 그걸 또 이미 누군가가 썼던 약 봉투에 넣어줬다. 재활용 약 봉투에 마스크가 담긴 비닐봉지를 준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령하기도 전에 마스크가 오염된 느낌이 들었다. 다시는 줄 서서 공적 마스크를 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을 수도 있는 오염된 마스크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한다는 시민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C씨는 “포장이 안 된 마스크를 비닐봉지에 받아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래도 눈앞에서 마스크와 장갑을 낀 약사들이 나눠주는 걸 봐서 그나마 안심”이라며 “비닐봉지에 담아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두 개만 주면 담아갈 수도 없지 않냐”고 말했다.

약사들 “공급의 문제…어쩔 수 없다”

지난 9일 인터넷 맘 카페에 올라온 댓글 캡처. [사진 네이버 캡처]

지난 9일 인터넷 맘 카페에 올라온 댓글 캡처. [사진 네이버 캡처]

일부 시민들은 약사에게 마스크 소분 시 위생 문제에 대한 불만을 직접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시 중랑구의 한 약국에서 만난 약사(여)는 “마스크가 10개들이로 입고되는데 2개씩 팔아야 하니 결국엔 따로 소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약국 경우 위생봉투에 나눠서 주는데 그렇게 주다 보니 손님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받은 마스크가 맞냐고 물어본다. 손님 앞에서 직접 소분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집에 가져가면 자녀가 전화해서 ‘혹시 다른 마스크가 아니냐’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약 봉투에 마스크를 담아 주는 경기도 안양시의 한 약국의 약사(여)는 “손님들이 담아갈 데가 없다고 하는데 약국 입장에서는 봉투를 준비할 시간도 없고 해서 약 봉투에 담아서 주고 있다”며 “손님들이 그런 부분을 우려하나 저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약국. '가능하면 현금 3000원을 준비해달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약국. '가능하면 현금 3000원을 준비해달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일부 약국은 1매당 1500원에 팔리는 마스크 가격을 현금으로만 받거나 마스크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마스크를 현금으로만 가능하다고 붙여놨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공정 마스크는 카드가 안 된다고 했다” 등과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공급될 때부터 마스크가 2매씩 나눠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가급적으로 깨끗하게 나눠주는 게 맞지만 일손도 부족한 약국들에 모든 책임을 묻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마스크 현금결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소수 약국의 문제를 전부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채혜선·김홍범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마스크 못 구했다고 좌절 마세요

약사들은 공적 마스크를 구하는 데 있어서 “1층 약국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사람들이 찾기 쉬운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한 약국에서 실습하고 있는 서문창(26)씨 등 서울대 약대생 2명은 “1층 약국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3층 약국은 마스크가 많다고 하더라”고 입을 모았다. 서씨는 ‘마스크 구매에 있어 꿀팁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말했다. “꿀팁이요? 첫째 평소에 덜 붐비는 약국으로 가세요. 둘째 문전 약국은 피하세요.”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에 마스크가 들어오는 수량이나 시각이 각각 달라 모든 상황에 맞는 공통된 조언은 힘들다”면서도 “사러 가기 전날 방문 예정인 약국에 마스크 입고 시간을 물어보고 갔으면 한다. 마스크도 물류기 때문에 입고 시간을 알아두면 들어오는 시간이 대충 잡힌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전날(9일) 신분증을 안 가지고 오거나 배부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착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기본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맘 카페에서는 ‘XX약국에 갔더니 마스크가 남아 있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맘 카페에서 재고가 있다는 글을 보고 바로 구하러 많이 온다”고 전했다.

네이버 밴드 등으로 실시간으로 마스크 상황을 공유해주는 약국들도 있다. 여기엔 그날그날 마스크 재고 수량 등이 공지된다.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의 헛걸음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한 약사는 “아직 밴드에 참가하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호응이 좋다면 밴드 등 온라인 번호표 배부 방식을 적용해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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