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합정당 합류, 19대18 승" 與 끄덕이게 한 시뮬레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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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자유 토론에 앞서 당 전략기획위원회(위원장 이근형)가 비례연합정당(이하 연합정당) 참여 여부와 관련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 전략위는 4·15 총선 지역구에서 민주당 130석, 미래통합당 119석, 정의당 1석을 가져간다고 설정하고, 이에 따라 비례 관련 4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①현행 유지 ②민주당과 연합정당 모두 비례후보를 내는 안 ③민주당은 비례후보를 내지 않고 연합정당만 비례후보를 내는 안 ④정의당까지 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안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정당득표율은 민주당 40%, 미래한국당 39%, 정의당 10%, 국민의당 7%, 민생당 4%로 가정했다. 연합정당 없이 현행대로 선거를 치르면 민주당은 비례 7석만을 확보했다. 반면 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26석을 챙겼다. 정의당, 국민의당, 민생당은 각각 7석, 4석, 3석이었다. 결국 지역구와 비례를 합치면 민주당 137석, 통합당 145석, 정의당 8석 등으로 통합당이 제1당이 됐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민주당과 연합정당이 동시에 비례후보를 내고, 기존 민주당 정당득표율 40%를 민주당·연합정당이 20%씩 나눠 가져갈 경우다. 이때 비례분포는 미래한국당 22석, 연합정당 10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4석, 민주당 3석, 민생당 2석으로 조사됐다. 연합정당+민주당 비례는 13석이었다. 결국 연합정당 비례 10석을 민주당이 고스란히 가져가야 최종 지역구+비례 의석에서 민주당 (143석)은 통합당(141석)을 가까스로 누를 수 있었다.

반면 세 번째 시나리오인 민주당은 비례후보를 내지 않아 연합정당이 민주당 비례정당의 지위를 온전히 가져갈 때의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즉 민주당 정당득표율 40%를 연합정당이 그대로 승계하면 비례분포는 연합정당 19석, 미래한국당 18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민생당 2석으로 조사됐다.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미래한국당을 이길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가 1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보고한 시뮬레이션 결과. 표=석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가 1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보고한 시뮬레이션 결과. 표=석경민 기자

네 번째 시나리오인 정의당까지 연합정당에 합류해 연합정당이 정당득표율 50%(민주당 40%+정의당 10%)를 가져갈 경우의 비례분포는 연합정당 23석, 미래한국당 19석 등이었다.

결국 정의당이 연합정당에 합류하든 안 하든, 연합정당이 민주당 비례정당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면 비례대표 선거에서 미래한국당에 밀리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날 80여명이 참석한 의총 비공개 토론에는 20여명이 발언에 나섰다. 안규백 의원은 “저는 비례정당에 찬성한다”며 “정치인은 학자나 성직자가 아니다. 명분 싸움 벌이다가 정권 재창출 싸움에서 패배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은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중앙선을 침범하면 방어운전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며 설훈 최고위원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며 설훈 최고위원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박용진 의원은 “비례 정당에 참여하면 아무리 좋은 명분을 세워도 결국엔 내로남불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왜 미래한국당이 (정당 득표율) 39%라고 주장하느냐”며 시뮬레이션 설정을 문제 삼았다. 설훈·김해영 최고위원, 박용진·조응천 의원만이 연합정당에 반대했다고 한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비례연합정당에)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전당원 투표는 12~13일 권리당원 80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한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알릴레오’에서 “그 형식이 ‘정치개혁연합’ 플랫폼이든, ‘시민을 위하여’ 플랫폼이든, 민주당의 비례 전문당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도 비례대표 후보를 내고 (정당 투표에선) 다른 당에 대한 전략투표를 적극 북돋우고 지역구에선 단일화 시너지를 내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하준호·석경민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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