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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사모펀드가 1조원 투자한 곳···'지오영'은 어떤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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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공적 마스크 공급 특혜 의혹에 휘말린 지오영은 병원, 약국 등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업체다. 국내 의약품 유통 시장규모는 대략 20조원이다. 이 중 1위가 지오영이다. 전국 1만4000개 약국과 50여 개 대형병원에 납품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가운데)이 3일 마스크 공적판매와 관련해 인천광역시 계양구 소재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을 방문해 설명을 들으며 시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가운데)이 3일 마스크 공적판매와 관련해 인천광역시 계양구 소재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을 방문해 설명을 들으며 시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약사였던 조선혜 지오영 회장(창업자)은 1991년 성창약품을 인수해 업계에 뛰어들었다. 2002년 사명을 지오영으로 바꿨다. 지오영은 수도권을 맡고 강원지역에는 강원지오영, 충청지역은 대전지오영, 호남지역은 호남지오영을 세웠다. 영남지역에선 청십자약품을 인수했다. 이런 식으로 지역 영업망을 넓히고, 자동화 물류센터를 확대했다.

취급 품목이 늘고, 빠른 배송이 가능해지자 매출이 급증했다.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지오영은 2013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18년 매출은 1조5767억원, 영업이익은 354억원이다. 지오영네트웍스 등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 매출은 2조5762억원(2018년)이다.

토종 기업이지만 경영 방식은 남달랐다. 외국계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2009년 골드만삭스 PIA가 지오영 지분 45.4%를 400억원에 매입했다. 2013년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이 지분을 15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4월엔 블랙스톤이 뛰어들었다. 블랙스톤은 칼라일그룹과 세계 1위를 다투는 PEF다.

가파른 성장세‘지오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가파른 성장세‘지오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오영은 원래 조 회장과 공동창업자 이희구 회장, 앵커PE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홀딩스(조선혜지와이홀딩스)를 설립해 그룹 지배구조를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블랙스톤은 앵커PE가 보유했던 지분(홀딩스 지분의 46%)을 1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400억원이 1조1000억원이 됐으니 10년 동안 몸값이 무려 27.5배 뛴 셈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수 가격은 논란이 됐다. 지오영이 업계 1위긴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10% 초반이다. 의약품을 단순히 유통하는 회사라 제약회사처럼 신약 대박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계에선 지오영을 물류회사로 분류하는 시각이 있다. 블랙스톤이 최대주주긴 하지만 경영권을 조 회장이 갖는다는 점에서 전략적 투자로 보기도 어렵다.

매출 규모와 성장세를 따지면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아직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은 군소업체가 난립한 상황이지만 지오영과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오영이 탄탄한 공급망과 든든한 실탄을 겸비한 만큼 추가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울 것”이라며 “당장은 비싸 보여도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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