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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항공노선 57개→3개···LCC "국내선 운항으로 못 버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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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일 두 나라 간 상호 무비자 입국이 중단된 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일본발 여객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일 두 나라 간 상호 무비자 입국이 중단된 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일본발 여객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일 오늘부터 상호입국 전면 통제 

국내 항공ㆍ여행업계가 존폐 기로에 섰다. 한ㆍ일 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응을 이유로 상대방에 대한 입국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한ㆍ일 간 하늘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관련 업계 불황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한국·일본 양국의 입국 규제가 강화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대한항공 발권창구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한국·일본 양국의 입국 규제가 강화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대한항공 발권창구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한일 항공노선 57개에서 3개로 줄어  

9일 법무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 면제 조처(무비자 입국)와 이미 발급된 사증의 효력이 정지하면서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대폭 축소됐다.

일본의 12개 도시에 17개 노선을 운영하던 대한항공은 오는 28일까지 인천~나리타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의 운항을 전부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일본 취항 30년 만에 오는 31일까지 일본 전 노선을 운항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일 무역 갈등 여파로 일본 6개 도시 8개 노선만 감축 운영해왔다.

제주항공은 인천~나리타, 인천~오사카 노선 외에 전 노선을 운항치 않는다. 제주항공 이외의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도 9일부터 일본 행 전 노선 운항 중단에 들어갔다.

한일 두 나라 간 상호 무비자 입국이 중단된 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일본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일 두 나라 간 상호 무비자 입국이 중단된 9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일본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LCC 업계 "국내선 운항만으로 못 버틴다" 

단거리 노선이 주력인 LCC의 경우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노선의 운항을 대부분 중단했다. 근거리 노선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던 일본 노선까지 막히면서 고사 직전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한 LCC 관계자는 “일본 노선은 주로 단기 여행 수요가 많은데 일본에 들어간다 해도 지정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라는 것은 오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며 “저비용 항공사는 당분간 국내선만으로 버텨야 하는데, 정부 지원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했다.

9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대한항공 카운터 앞에 일본 노선 운행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대한항공 카운터 앞에 일본 노선 운행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국적 항공사 최소 5조원 매출 피해 예상 

코로나 19로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의 하늘길이 끊긴 데다 남은 노선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65만 26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8% 줄었다. 중국 노선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5.2% 감소했으며 일본(70.6%), 동남아시아(62.1%) 여객수도 급감했다. 이 기간 LCC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항공업계 피해 규모를 산출한 결과 올해 6월까지 최소 5조 875억원의 매출 피해가 예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는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하는 일본 전역에 대해 2단계(여행자제) 여행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사진 외교부

외교부는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하는 일본 전역에 대해 2단계(여행자제) 여행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사진 외교부

일본,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 

여행업계의 고민은 더 깊다. 여행 시장에서 일본이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여행지 1위는 일본이었다.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지난해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주춤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누그러지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여행 업계는 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일갈등의 여파에도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58만여 명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도쿄 올림픽 등을 앞두고 일본 여행이나 출장자의 예약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한일 간 입국규제가 강화하면서 뚝 끊겼다”며 “코로나 19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관광공사와 일본 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가 같은 달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겨울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한국관광공사와 일본 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가 같은 달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겨울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방한 일본인 관광객 300만명 회복 

여행 업계는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감소도 우려한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반 토막 났지만, 일본인의 한국 관광은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27만여 명으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300만명대를 회복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국내 여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일본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인도 급감할 것”이라며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젠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여행업협회가 조사한 결과 2월 말까지 예약 취소로 인한 국내 12개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의 손실 금액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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