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순간 3500명 30분 운집"···대구 신천지 내부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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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대구교회 1층 휴게실. 오렌지색 의자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 교인들은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사진 독자]

신천지 대구교회 1층 휴게실. 오렌지색 의자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 교인들은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사진 독자]

"지하 1층, 지상 4층·6층·8층에서 3500여명이 일정 시간대에 순차적으로 예배당을 빠져나옵니다. 30분 이상 교회 안은 수천 명이 운집해 멈춘 상태처럼 되는 겁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신천지 대구교회 한 교인의 이야기다.

순간적으로 교인 운집해 …밀집 예배 #악수하는 인사법…1층에는 휴게실과 마트 #9000여 교인 중 상당 수 코로나19확진

8일 0시 기준으로 대구광역시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는 9229명의 교인 가운데 404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도대체 신천지 대구교회 내부는 어떤 모습이길래 이렇게 많은 신도 감염이 있는 걸까.

신천지대구교회층별시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천지대구교회층별시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9일 중앙일보 취재결과, 지하 1층에서 지상 10층 구조인 신천지 대구교회 내부는 집단감염에 취약한 구조였다. 교인들은 일요일마다 교회를 찾는다. 오전 8시, 정오, 오후 4시, 오후 7시 이렇게 4번 열리는 예배에 나뉘어 참석한다. 31번 대구 첫 코로나19 확진자 역시 지난달 9일과 16일 오전 8시 예배를 참석했었다.

예배는 한곳의 예배당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교회 내부엔 모두 4곳의 큰 예배당과 1곳의 작은 예배공간이 있다. 교인이 많지 않은 오전 8시 예배를 제외하곤, 이들 예배당에 동시에 400명에서 800명씩 들어가서 1시간 30분 정도 예배를 보고, 모두 같은 시간 한 번에 빠져나온다. 예배당은 지하 1층, 4층, 5층(예배공간), 6층, 8층에 각각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 8층 예배당. [사진 신천지 대구교회]

신천지 대구교회 8층 예배당. [사진 신천지 대구교회]

한 교인은 "정오 예배는 3500여명 정도가 오는데, 예배 전 들어가고 나갈 때는 폭 1.5m 계단 2곳과 9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 2대, 층별 예배당 앞 복도가 가득 찬다. 일정 시간 순간적으로 사각형 박스 안에 수천 명이 모여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들 중 섞여 있다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예배당에 들어가고 나가면서 '비말'이 자연스럽게 튈 수 있다는 의미다.

신천지 대구교회. 뉴스1

신천지 대구교회. 뉴스1

신천지 대구교회는 일요일 예배만 보는 곳이 아니다. 친목·사교·행정 업무를 보는 시설이 교회 안에 갖춰져 있다. 상시로 교인들이 교회를 오간다. 1층에는 오렌지색 의자로 꾸며진 카페형 휴게실과 과자나 음료수 같은 것을 판매하는 편의점 같은 마트가 있다. 2층에는 체육시설, 즉 헬스장(수년전부터 사용중단)이 있다.

5층엔 작은 예배공간과 함께 어린이 교육공간이, 7층엔 강의실 같은 세미나실이 있다. 3층엔 부속실로 불리는 업무 사무실이 있고, 9층엔 본부 행정실도 있다. 10층은 옥상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는 "1층 마트에서 음료수를 사서 휴게실에서 나눠 먹는다. 평일엔 교육이나 모임, 행정 업무가 있는 교인들은 교회를 찾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요일 예배 전후 순간적으로 교회 안에 몰리고, 다시 교인에 따라 1층 휴게실이나 마트에서 만나고, 평일에도 접촉이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는 반대 동선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의 '악수 인사법'도 집단감염의 이유로 꼽힌다. 신천지 대구교회 한 교인은 "대구는 예배 후 예배 전, 평일에도 교인 간에 만나면 반갑게 악수를 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일요일 예배 전후 그렇게 악수를 하며 안부를 묻는다"고 했다. 지난 1월 말 신천지 대구교회 측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번져나가자, 교인 간 악수를 자제하라고 안내했을 정도다.

예배당의 환풍기 작동, 창문 개폐는 어떨까. 대구교회 예배당은 천장에 '덕트' 장치가 달려 있다. 선풍기 같은 환풍기를 따로 틀어 돌리는 방식이 아니다. 창문은 개폐 가능한 작은 창문이 한쪽 벽에 여러 개 붙어 있다. 환기 문제나 냉난방기 작동은 '예배 분위기 도우미'를 하는 교인이 조정한다. 신천지 대구교회 측은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9일과 16일은 영하 기온의 겨울 날씨. 예배 시간 창문을 열고 예배를 봤을지, 덕트가 제대로 작동됐는지는 따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창문은 닫힌 상태였지 않나 추측해본다"며 "마스크를 벗고, 바닥에 앉아 예배를 본다는 등 예배 분위기에만 따른 집단감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측은 이달 말 교회 폐쇄가 끝나면 자체적으로 다시 내부 구조를 분석해 집단감염 원인을 파악할 방침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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