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코로나 의외의 불똥···한달 넘게 부부 붙어있자 이혼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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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발원지 중국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신규 사망자와 확진 환자, 의심 환자 등 3대 수치가 3일 연속으로 100명 이하를 기록했다.

중국 우한체육센터에 만들어졌던 팡창의원 내부가 텅 비었다. 8일로 입원했던 모든 환자가 치유돼 퇴원했기 때문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우한체육센터에 만들어졌던 팡창의원 내부가 텅 비었다. 8일로 입원했던 모든 환자가 치유돼 퇴원했기 때문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9일 발표에서 8일 하루 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5일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전체 사망자는 3119명이 됐다. 또 8일 하루 신규 환자는 40명에 그쳤다. 현재 치료받는 사람은 1만 9016명으로 처음 2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바이러스 전파 막기 위한 특단 조치로 #생산 활동 정지시키며 출근이 없어져 #부부가 한 달 이상 집에서 같이 생활하다 #각종 트러블에 직면하며 이혼까지 이어져

한편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이혼이 급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실상 가택 연금에 해당할 자가 격리 생활이 한 달 이상 계속되면서 부부간 트러블이 폭증한 게 주요 이유로 꼽힌다.

중국 장시성 난창대학제1부속의원의 간호사 완진이 격리병동으로 들어가기전 방호복 착용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중국 중신망 캡처]

중국 장시성 난창대학제1부속의원의 간호사 완진이 격리병동으로 들어가기전 방호복 착용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중국 중신망 캡처]

지난 6일 중국 화상보(華商報)가 전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17개 혼인등기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이런 세태를 잘 보여준다. 화상보에 따르면 시안의 혼인등기소는 지난 2일부터 정상적인 근무에 들어갔다.

시안의 베이린(碑林)구 경우엔 신종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먼저 전화로 결혼 등기 예약을 받는다. 혼인 등기 방문자가 서로 부딪쳐 감염되는 경우를 피하게 하기 위해 평소보다는 예약 건수를 적게 받고 있다.

지난 7일 우한의 한 병원에서 100세 왕 할아버지가 퇴원해 신종 코로나 감염 이후 건강을 되찾은 최고령자가 됐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7일 우한의 한 병원에서 100세 왕 할아버지가 퇴원해 신종 코로나 감염 이후 건강을 되찾은 최고령자가 됐다. [중국 신화망 캡처]

한데 지난 5일의 경우 결혼 등기 예약은 28쌍이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이혼 등기가 14쌍이나 됐다. 베이린구 혼인등기소의 왕(王)모 씨는 “14쌍은 당일 처리 가능한 최대 건수”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이혼이 많아지는 때는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 설) 직후와 자녀가 대학시험을 치르고 난 뒤인 6월 이후 두 경우다. 왕씨는 “신종 코로나로 부부가 장장 한 달 동안 집에 틀어박혀 생활하면서 각종 트러블이 생긴 게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시안의 옌타(雁塔)구 혼인등기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곳에서 일하는 한(韓)모씨는 “하루에 처리하는 22건의 혼인 및 이혼 업무 중 이혼 최대 처리 건수를 5건으로 설정했는데 이미 18일까지 이혼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말했다.

중국 청뚜의 경찰들이 체온 37.3도를 넘는 사람을 탐지할 수 있는 헬멧을 쓰고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 중신망 캡처]

중국 청뚜의 경찰들이 체온 37.3도를 넘는 사람을 탐지할 수 있는 헬멧을 쓰고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 중신망 캡처]

가오신(高新)구 혼인등기소의 쑨(孫)모씨에 따르면 “하루에 결혼 11건, 이혼 4건 처리 방침을 정했는데 이혼 예약은 매일 만원 사례”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정지되며 부부가 온종일 집에 붙어 있다가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옌타구의 한씨는 “인터넷으로 이혼 예약을 받은 뒤 날짜가 닥쳐 전화로 문의하면 취소하겠다고 말하는 부부도 많다”고 밝혔다. 베이린구의 왕씨는 하루에 이혼과 재혼을 진행하는 희한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커팅팡창의원은 7일로 모든 환자가 퇴원했다. 신종 코로나 상황이 점차 안정되며 우한의 11개 팡창의원은 환자가 없는 상태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우한커팅팡창의원은 7일로 모든 환자가 퇴원했다. 신종 코로나 상황이 점차 안정되며 우한의 11개 팡창의원은 환자가 없는 상태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5일 젊은 부부가 찾아와 이혼하겠다고 해 서류 절차가 다 진행됐는데 이들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이혼을 취소할 수는 없고 해서 바로 재혼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혼인등기소에서 일하는 이들은 결혼 및 이혼 문제는 인생의 대사(大事)라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문제로 신종 코로나 기간 생긴 잠시의 불화로 가벼이 이혼을 결정하지 말 것을 시민들에게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화상보는 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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