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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와 협상하는 계절 3월이 무섭다"…홈쇼핑업계 10년새 영업이익 반토막, 송출수수료 4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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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일러스트=강일구]

돈. [일러스트=강일구]

국내 주요 TV홈쇼핑사들은 지난달 초 LG유플러스 측으로부터 “올해 송출수수료를 25% 인상해달라”는 e메일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에도 20~25% 인상을 요구해 10~12% 수준으로 간신히 합의했지만, 올해 더 높은 인상 폭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LG유플러스뿐 아니라 KT도 비공식적으로 20% 이상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공식적인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 협상을 언제 시작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달 말까지 협상이 결렬되면 채널을 컷오프(송출 중단) 하고 다른 사업자에게 채널을 넘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것이 뻔하다”며 “올해는 사업 현황을 고려해 5~6% 수준으로 인상 폭을 조정하려고 하지만 받아줄 리 없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송출수수료 10년 새 4배…영업이익률은 절반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방송통신위원회), 각 사 공시자료 및 업계. (단위: 억원)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방송통신위원회), 각 사 공시자료 및 업계. (단위: 억원)

홈쇼핑과 주요 통신 3사의 IPTV(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제공사업자) 등 유료방송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협상은 매년 진행된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IPTV와 종합유선방송(SO), KT스카이라이프가 단독 사업자인 위성방송 등을 말한다. 국내 SO 사업자는 CJ헬로(24개ㆍ이하 2018년 기준)와 티브로드(23개), 딜라이브(16개) 등 90개가 넘는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이런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일종의 임대료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TV홈쇼핑 7개사(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홈쇼핑)가 지난해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불한 송출 수수료는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한 것으로, 7개사 전체가 1년간 벌어들인 전체 영업이익(약 6268억원 추산)의 3배 수준이다.

취급고=홈쇼핑 회사가 판매한 제품 가격의 총합.

취급고=홈쇼핑 회사가 판매한 제품 가격의 총합.

10년 전과 비교하면 송출수수료는 4배로 늘었다. 반면 홈쇼핑사들은 2009년 6.4%던 영업이익률은 2015년부터 줄곧 3%대를 기록하며 반 토막 났다. 지난해엔 3%대 방어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GS홈쇼핑(-12.5%)과 NS홈쇼핑(-32.5%), 공영홈쇼핑(-61%) 등의 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IPTV 매출 중 송출수수료 비중 45%

이 같은 홈쇼핑사의 영업이익 하락 중 큰 원인은 송출수수료 급등 때문이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송출수수료는 지난 10년간 매년 15%씩 올랐다. 이 기간 홈쇼핑사들의 영업이익 연평균 증가율(4%)의 3배가 넘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18년 TV홈쇼핑사들은 방송 매출의 46.8%를 송출수수료로 지불했다. 100원을 벌어도 50원 가까이는 송출수수료로 지불한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43.3%가 IPTV에 들어갔다. 지난해엔 약 45%로 그 비중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IPTV의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IPTV 사업자의 방송 매출 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매년 평균 42%씩 증가해 11.8%에서 2018년 20.7%로 커졌다.

IPTV 측은 가입자 수가 늘고 있는 만큼 송출수수료 협상에서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5년간 IPTV 가입자 수는 연평균 12.8%씩 늘었다. 특히 지난 2017년엔 IPTV 가입자 수가 SO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협상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문제는 매년 진행되는 송출수수료 협상에 별다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원하는 인상안을 내놓으면 홈쇼핑 업체들은 이를 어떻게든 낮추기 위한 끝없는 협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2~3월 시작한 협상이 해를 넘겨 마무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합의하지 못하면 홈쇼핑사는 불리한 채널을 배정받는다.

실제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 10번 채널에서 28번으로 밀려났다. LG유플러스가 요구한 송출수수료 20% 인상 문제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해 방통위에 분쟁조정 신청까지 했지만, 결국 이를 철회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건물주가 월세를 지나치게 올려 세입자가 방을 뺀 것”이라고 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중소협력사들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법적으로 송출수수료 증가분을 판매 가격이나 판매 수수료에 전가할 수는 없지만, 제작비용은 늘고 프로모션 비용은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 측은 “적당한 수준의 인상은 불가피하더라도 인상 요인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SK브로드밴드 측에서 “올해 공식적인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알려와 기사를 수정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 측에선 "언제 협상을 시작할지에 대해선 노코멘트"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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