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너희가 복학생을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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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생들이 변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학교 내의 복학생 협의회 또는 고등학교 동문회 등을 통해 ‘너희들도 군대갔다 와봐라’ 라는 생각으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향유하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학생들이나 저학번 남학생들로부터 외면받았었다. 하지만 2006년 캠퍼스를 누비고 있는 복학생의 모습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도서관 공부벌레 ? NoNo!

일반인들은 ‘복학생’ 하면, 큰 백팩에 책을 가득담아 도서관이 문닫을 때 까지 공부하는 모습만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박찬욱(서강대, 4학년)씨는 요즘에도 눈 코 뜰 새없이 바쁘다. 전역 후, 연합광고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등의 다양한 경험을 쌓던 그는 작년 한 외국계 기업의 리더쉽 아카데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영국의 한 대학에 방문학생 자격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귀국 후에도 컨설팅 회사의 리더쉽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다양한 경험을 모색하던 박씨는 얼마 전 한 외국계 기업의 인턴과정에 합격해 방학동안 먼저 회사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복학생에게 도서관에서 토익시험을 대비하고 학점에 신경쓰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이런저런 집단에 속해서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는 것이 긴 안목으로 저의 인생을 봤을 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학생 패션은 과거회기형?

갈색으로 염색한 왁스로 잘 다듬어진 머리에 선글라스를 쓰고, 요즘 유행하는 카고바지에 몸에 적당히 붙는 티셔츠를 입은 안영균(고려대, 3학년)씨의 겉모습은 저학년 남학생같지만 그는 작년 군대를 전역한 복학생이다. 예전, 복학생들이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젊은 복장과 머리스타일로 학교를 오면, 그들은 필히 남자 선배 혹은 동기들에게 ‘군대까지 갔다 와서 정신 못차렸다’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옷 잘입고 잘 꾸미는 것에 신경쓰는 것은 서로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다. 물론 복학생으로, 자기 할 일도 안하고 옷차림에만 신경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외모도 자기관리의 하나이며, 요즘 시대에 패션에 신경쓰는 것은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 옷이나 머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군대갔다온 복학생들이 주로 애용하던 대학 구내 이발소는 점점 쇠퇴하고 있고 대형 미용실에는 남자 대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서강대학교 구내 이발소를 운영하는 오충열씨는 “요즘 학생들은 하루 10명 내외밖에 안 온다. 시대가 바뀌고 학생들이 다양한 스타일을 원하고 머리에 신경을 많이 쓰니까...”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영등포 P 미용실의 한 헤어디자이너는 “매장에 남자 여자 고객들의 비율은 반반정도인데, 남자 고객들중 대다수는 20대 중반의 대학생 혹은 회사원들이다. 이 분들 중에 예전같이 기계로 깎는 똑같은 스타일을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남성중심적, 권위적인 태도는 찾기 힘들어

2년여의 군 복무로 인한 군대문화 또한 요즘 복학생들에게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대학교 내의 남자고등학교 동문회 분위기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방 비평준화 남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박성홍(서강대, 3학년)씨는 “예전 동문회에서는 선배들이 술을 먹인다든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설교를 한다든지 이런 것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이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사발식 같은 것은 옛날 이야기다. 동문회 술자리에서 복학생 선배들도 후배들에게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후배들도 마시고 싶은 만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라며 변화된 동문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여대생들 사이에서도 인기 상한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복학생들의 이미지 때문에 같은 또래의 남학생보다 나이가 많은 복학생을 선호하는 여대생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윤여선(건국대, 2학년)양은 “군대이야기를 자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옷차림이나 머리 같은 것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또래 남학생들과는 달리, 경험도 많고 생각도 깊어서 믿음직스럽다.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소개팅 우선순위는 같은 또래의 남학생들보다 멋진 복학생들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학생기자 황정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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