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日정부 "한국 입국자 2주 대기, 법적 근거 없다"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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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9일부터 취하겠다고 밝힌 ‘지정시설에서의 2주간 대기’요청과 관련, 일본 정부 관계자가 6일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인정했다.

후생노동성 관계자 브리핑서 인정 #"감염 위험 있을 경우 격리는 가능 #대기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어" #법적근거 없으니 "강제성 없다" #가토 후생노동상 "요청일 뿐" #한국인 입국제한은 비자로 충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 사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조치의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6일 브리핑에서 "검역법 34조엔 격리 또는 정류(停溜·머물게 함)를 필요한 사람에게 실시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지정 장소에서 14일간 대기하고 공공교통기관을 사용하지 않도록 요청한다'는 조치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검역법 34조는 '외국에서 발생한 감염증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의 격리'등에 대한 규정이다.

이미 감염된 사람에 대한 '격리', 또는 감염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정류'에 관한 법적 근거는 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밝힌 대기 요청과 공공교통기관을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브리핑에서 "검역소장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이 관계자는 "권한이 없다","그런 권한에 대한 법 규정은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정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우려가 있을 때 실시하는 것인데, (이번 조치로)그런 우려가 없는 분들에게도 2주일간의 대기를 요청하게 되는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격리'와 ‘정류’와 달리 이번 대기 조치엔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후생노동상 소관의 관련법규에 기초한 조치를 상정하고 있다. 상세한 건 후생노동성에 물어봐라"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하지만 후생노동성에서도 결국 "법적 근거는 없다"는 답변만 내놓은 것이다.

이날 일본 정부 브리핑에선 이번 조치가 얼마나 준비없이 즉흥적으로 발표됐는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베 총리는 전날 '검역소장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2주일간 대기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는데, 지정장소를 어디로 할지도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한국인 입국자들이 예약한 호텔에 묵게 되는지, 검역소장이 지정하는 별도의 호텔에 묵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자신이 예약한 호텔, 검역소장이 정한 호텔,정부시설 등 모두를)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검역소장이 가까운 호텔을 지정할 수도 있고, 다른 호텔을 예약한 분들에게 ‘이 쪽 호텔에 머무시라’고 할 수도 있다"는 말도 했고, "검역소장이 장소를 지정하는 것도 강제력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지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어디까지나 요청”이라며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고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 [사진=지지통신 제공]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 [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 정부가 '강제력은 없다'고 강조하는 것은 비자 효력 정지와 무비자 입국 특례 정지 등을 통해 '한국인 입국 제한'이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법적 근거가 없는 '2주간 대기'에 크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때문으로 보인다.

또 '2주간 대기'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실시할 경우 한국과 중국에서 돌아오는 일본인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가토 후생노동상은 2주간의 대기 장소에 대해선 “(한국과 중국에서 입국하는)일본인들은 자택에서,해외 분들은 체류하는 호텔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건강문진표 등을 통해 건강상태에 대한 확인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인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 대기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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